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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호 Oct 03. 2022

상처받기 쉬운 마음과 용기

Vulnerability and Courage

상처받기 쉬운 마음(vulnerability)과 용기


1. 전 직장에서 알던 동료가 오랫 만에 연락이 왔다. 갑자기 회사에서 해고가 되었다는 소문이 있어 근황이 궁금했으나 먼저 연락이 올 거라고 믿고 기다렸다.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순례길을 마치고 얼마 전에 돌아왔다고 했다. 목소리로는 예전과 다름없이 침착하고 여유가 있었다. 이제는 생각이 정리된 듯 보였고, 차분히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한국에 오면 꼭 보기로 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2. 회사를 다니면서 직장을 잃게 되는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을까? 갑자기 퇴사 통보를 받게 되면 그 충격과 당혹감은 이로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아마도 자신이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되면서 심리적으로 무너져 내리기 쉽다. 그래서 더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킨다. 


3. 직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구조조정과 같은 일들을 가끔씩 겪게 된다. 이 시기에는 다들 심리적 안정감이 약해져 있고 상처 입기 쉬운 마음(vulnerability) 상태였다. 


4. 예전 회사에서 가깝게 알고 지내던 분이 그 대상이 되었고 그를 알던 주변 모든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었다. 누구보다도 회사 일에 열정적이었고 늘 자신감이 넘치던 분이었기에 상처받지 않았을까,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염려했었다. 하지만 성숙한 태도와 빠른 상황 판단으로 그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많은 배움이 있었다. 


5. 우선 그는 통보를 받고 하루 동안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현재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다음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먼저 알렸다. 나중에 소문을 듣고 연락을 받기보단 먼저 스스로 소식을 알리면서 현 상황에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덤덤히 소식을 전하면서 오히려 놀라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받아야 할 것과 요청할 것들을 하나씩 챙겼고, 빠르게 이력서를 최신의 것으로 업데이트하고 적극적으로 구직을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몇 개의 인터뷰가 잡혔고 몇 달이 지나자 좋은 기회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6. 옆에서 지켜보는 나로서는 매우 놀랄 일이었다. 어떻게 이런 충격 속에서 빠르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바로 구직 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자신의 약함, 즉 상처받기 쉬운 마음(vulnerability)을 인정하고 스스로 이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즉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취약성을 숨기려 하기보다는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이는 진정한 용기라고 본다. 


7.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부족해서, 혹은 능력이 없어서라는... 자기 질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나 살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일이고 자신은 이를 잘 해처 나갈 수 있다는 믿음, 신념이 큰 역할을 했다. 


8. 예상치 못한 불운, 위험들로 인해 힘든 상황이 닥친다면 그 당시는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그러나 그 불안감을 딛고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다독이면서 일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변화로 인해 다른 경력 전환이 일어나고 새로운 곳에서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9. 흔히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표현을 쓴다. 인생의 좋고, 나쁘고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하나의 사건에 너무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말라는 의미로 쓰인다. 사실 예전부터 알고 있는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10. 결국 성공한 직장 생활, 인생, 그리고 삶을 사는가는 자신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달려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자신의 약함(vulnerability)에 솔직해지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비교에서 자유로워지고 끝으로 자신을 믿어보라. 분명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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