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 한 후배가 고민 상담을 해 왔다. 팀장으로서 힘든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기 위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겨우 마무리 시켰다. 뒤돌아 보니 어떻게 이를 해 냈을까 싶어 나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팀원들에 대한 서운함과 동시에 burn out이 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2. 요즘은 팀장이 인기 없는 자리가 되었다. 팀장은 조직의 허리를 담당하다 보니 위에서 떨어진 업무를 해 내야 하고, 동시에 구성원들을 케어하고 리드해야 한다. 또한 부족한 리소스(구성원 역량, 투자 규모, 시간 등)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하고 성과에 대한 압박도 크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비 관리직에 비해 업무 몰입 수준이 떨어지고 번아웃을 종종 겪게 된다.
3. 신입 팀장 일수록 이러한 부분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데, 팀 내에서 누구보다도 회사와 팀 성과를 위해 열심히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신의 눈으로 보기에 구성원들의 역량이 한참 모자라 보인다. 그러다 보니 더 좋은 업무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에 강하게 업무를 추진하고 팀원들을 더 다그치게 되고, 이에 따라 팀원들이 팀장에 대한 평가가 야박해 진다. 팀장 리더십 평가에 대해 낮은 결과를 받게 되면 참으로 속상한 일이고 그러다 보니 자신이 과연 팀장으로 적합한 사람인지 의기소침해 진다. 의욕이 떨어지고 과연 나는 좋은 리더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반문하게 된다.
4. 부끄럽지만 나의 초기 팀장 시절을 회고해 보면, 어설프기 짝이 없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열정적 이었기 때문에 ‘일에 미쳐야 성과를 낼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몰입을 극대화 하였다. 업무에 있어서 불가능한 일은 없고, 어려운 것은 당연하고, 그래서 이를 해결해 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에 대한 배려보다는 그들을 육성 시킨다는 명목과 성장 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강하게 팀원들을 몰아 부쳤다.
5. 결과적으로 업무 성과는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리더십에서는 형편이 없었다고 본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진심으로 어려운 일을 가능하게 만들려면 미쳐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배수의 진을 치고 미친듯이 일에 몰입하다 보니 주변의 평가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팀원들이 일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6.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시절에 신입 팀장으로서 구성원에 대한 케어는 부족했고 강한 챌린지 만 있었다. 예를 들면, 팀원이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했다고 이야기 하면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팀원의 노력을 존중하지 못했다. 또한 업무 결과를 보고하면 80%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부족한 20%를 채우는 일은 80%를 만드는 데 필요한 노력보다 더 요구된다며 완성도를 높여달라고 주문을 했다.
7. 결국 목표한 성과를 만들고 나서 뒤돌아 보니, 팀원들과 함께 성과를 축하하고 즐기기에는 서로 상처가 너무 많았다. 그렇게 앞만보고 달리고 어려운 일을 성공시키고, 성과를 만들어 인정을 받았으나 이는 모두의 성공이 아니었다. 단 한번도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적이 없었고, 회사와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일했다고 자부했으나, 뒤돌아 보니 이건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결국 따지고 보면 내 욕심이었다.
8. 그렇게 해서 번아웃이 크게 한번 지나고 나서, 팀장으로서 부족한 점과 나의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게 15년전이고, 그때 부터 조금씩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한번에 되진 않았고, 시행착오를 계속 했다. 다행이라면 과거와 비교하면 계속 좋아지고 있다. 물론 가끔씩 옛날 모습이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나타날때도 있지만 지난 시절과 비교해 보면 많이 좋아졌다고 본다.
9. 그럼 어떤 점을 배우고 알게 되었나? 우선, 리더십에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즉 팀 상황에 맞추어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이 요구된다. 가령 신생 팀의 경우, 팀장은 솔선수범, 추진력, 동기부여할 수 있는 리더십 능력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공감할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고,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팀에 팀장이 될 경우에는 변화에 대한 저항과 새로운 시도를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도록 해야 하고, 협업 및 조직 시너지를 강조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문제가 있는 팀에 리더를 맡게 되었다면 위기 관리형 즉 관계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구성원들과 신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회사에 만나게 된 훌륭한 리더들을 살펴보니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이해를 잘 하고 있었다. 마치 ‘리더십 스타일 카드’가 여러 장이 있어서 상황에 맞는 리더십을 적절히 꺼내어 활용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나의 신입 시절에는 한장의 카드만 손에 쥐고 팀 상황과 상관없이 모든 상황에서 같은 리더십 스타일만 고집했었던 것 같다.
10. 두번째는 리더십도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배우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리더마다 각자의 성격과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 스타일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주변에 좋은 리더를 관찰하고 배우고 리더십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리더십 스타일을 변화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나의 경우도 주변으로 부터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데 7~8년은 걸린 것 같다. 그러니 조급해 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성장통’을 겪는다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11. 마지막으로 Do the right thing을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리더로서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리더로서 당당해야 한다. 이때 이기적인 욕심이 아닌지, 인정 욕구가 강해 잘못된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에게 되물어 보고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리더로서 어떤 어려운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때는 내가 힘들고, 땀나고, 귀찮고, 어렵고, 하기 싫은 일 위주로 결정을 하면 대부분 문제가 없었다.
12. 한 연구 논문에서 “한국에서 고성과 팀장의 리더십 특성에 대한 심층적 이해”라는 연구 결과를 보게 되었다. 국내 기업 내부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은 팀장을 심층면접하여 근거이론 방법으로 분석하였더니, 분석 결과는 한국의 고성과 팀장 리더십의 핵심은 ‘자기동기화와 공감대 형성을 통한 팀의 목표달성’임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13. 즉, 고성과 팀장들은 자신이 팀장으로 임명되면, 주어진 상황을 분석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동기부여하고 있었다. 또한 성과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으로는 팀원과의 유대감 형성 및 소통, 팀 정체성 확보 등의 노력을 통해 팀 내의 공감대 형성과 팀원 성숙에 기여하였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팀 역량 확보와 동시에 높은 성과 달성을 이루는 것으로 결론이 되었다.
14. 아이는 사춘기와 같은 시기를 거쳐 어른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장통’을 겪게 된다. 이는 사람에 따라 강도는 다를 수 있어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회사에서 팀장이 되어 책임감과 리더십을 키우는 것도 일종의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처음부터 잘하는 팀장은 없다. 하지만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져 성숙하고 현명한 리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