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없는 책과 글은 더더욱 그렇고. 도서관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뭔가 삘feel이 오는 책이어야만 읽는다. 또 재밌는건 특정장르만 그런 삘이 오는게 아니라 다양하게 온다는 것이다.
사람들도 지루한 사람이 있다. 함께 있으면 뭔가 시간이 정지되는 그런 사람. 예전에는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과 대화를 할까봐(?) 사람의 타입을 구분하고선 ‘아 예예’ 하고선 자리를 피해버리는 나쁜 마음을 가졌었다.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인생 가운데에서 재미만 찾아 헤매는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흥미 위주의 삶을 살다보면 한 가지 깨닫는게 있다. 흥미의 지속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도 영원하지 않고, 예전에 재밌었던 만화책도 그러하며, 음악도 비슷하다. 그렇게 이십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세상엔 참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 예전에 ‘지루하다’ 판단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선입견이 무섭지. 그들의 이야기는 절대로 지루한 것 하나 없었다. 사람이 흘러온 인생의 항해길이 얼마나 천차만별인지! 그 모험담은 각자의 신밧드의 모험을 떠올리게 했다. 얌전하고 차분해보일 것만 같은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담담하면서도 깊은 이야기는 마치 십수년을 선원으로 일하며 겪은 전설같은 일상을 듣는 것과 같았다.
‘사실 저는 학과가 달라요. 전혀 다른 전공을 배웠죠.’
따위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또 마음이 두근거린다. 어떤 사건을 통해 지금의 길에 오르게 되었는지 들을 기회가 생기니까.
그래서인지 요즘엔 사람들이 지루하다 느껴본 적이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에서 생겨나는 가장 치명적인 정적과 과묵함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그것마저 나와 너의 간격에서
지루한 일상, 기다림이라는 것 속에서도 언제든 희노애락을 발견한다. 나와 너를 지탱하는 건 뭘까?
‘다음 무기는 뭘로 꺼내야 할까.’
하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 이야기에 맛들리면 우리는 어색함 가운데 뭔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 난감한 상태에서도 지루할 틈이 없다. 그 침묵을 누가 먼저 깰 것인가- 하는 마음속의 내기도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은 지루할 틈이 없다.
일상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면 흥미거리를 찾아 해메기보다 오히려 그것에 깊이 몰두해보는게 좋다. 예전에 나는 헬스 운동에 대해 진저리를 쳤다. ‘시간을 버려가면서 힘들고 지루한 것을 하다니 미쳤어!’ 생각했다. 실제로 한 두어번 해본 뒤에 그만둬버리곤 몇년이 지나도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에 헬스 운동을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 시작하게 되고 이 운동들을 바르게 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다보니 이게 또 그렇게 지루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느는 것이 눈에 보이니까 스스로를 정복하는 기분이 들어 으쓱해진다. 결국 지루함을 이기는 것은 그 안에 풍덩 빠져버리는 일 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