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가 어쨌든
평일 낮, 텅 빈 공원 주차장.
주차를 하려는 나와 그날의 조수가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논의 주제는 후방주차를 할 것인가, 전방주차를 할 것인가!
“아니 도무지 이해가 안되네. 이 텅텅 빈 데서 왜 굳이 후방주차를 하겠다는 거야?”
“그거야 후방주차가 주차의 정석이니까…”
“이런 공터에서 후방 주차하는 건 배기가스만 더 뿜을 뿐이야. 그냥 전면주차해.”
“그러다가 누가 와서 보면 욕해요... 어떤 쌩초보가 주차를 이렇게 했냐고...”
고집으로 누구에게 질 사람은 아니니까. 결국 나는 조수의 권고를 무시하고 후방주차를 선택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에도 주차장에 새로 들어온 차는 없었다. 뭐, 상관없다. 만에 하나라도 다른 차들이 들어왔다면 대충 주차해놓은 내 차를 보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거다. 공원 주차장이 제아무리 광활하다고해도 말이다. 아무렴, 그렇고 말고.
주차 공간이 부족한 곳에서 다른 사람의 주차에 방해가 될 만큼 무신경한 주차를 했다면 비난 받아 마땅할지 모른다. 될때까지! 주차를 하기 때문에, 내가 주차선을 크게 벗어나는 일도 없다. 그래도 주차할 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나, 너무나도 신경쓰인다. 삐뚜름한 주차가 얼마나 많은 곳에서 씹고 맛보고 뜯기고 하는데...
여튼 이정도로 신경을 쓰기 때문에 주차로 문제가 된 일은 없었다. 문제는 될때까지 하는 초보의 처절한 주차가 누군가에겐 좋은 구경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한참 전의 일인데도 어느 지역 무슨 동네였는지, 어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었는지 아직도 기억난다. 차 한 대가 간신히 들어갈 만한 공간에 평행주차를 하려던 참이었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핸들을 좌로 돌렸다 우로 돌렸다 한참 씨름을 하고 있는데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 둘이 내 주차를 재미나게 구경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곁눈질도 아니고, 아예 내 쪽으로 몸을 돌리고서 말이다. 누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인지하자 주차는 더 맘대로 되지 않았다. 멋지게 주차하고 문 쾅 닫고 걸어 나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싫었다. 그런 시선에 휘둘려 어깨가 굳고 땀을 뻘뻘 흘리는 내가. 나를 우습게 쳐다보던 그 사람들보다도 더 싫었다.
내가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남에게 욕먹지 않기 위해 뭔가를 한다는 거. 정말 고역이다. 내겐 주차가 그런게 돼 가고 있었다. 남의 시선이 여러모로 악질적인게, 의식하지 않으려 할 수록 더 의식하게 되는데다가 빈 주차장처럼 아무도 없는 순간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평행주차에서 처럼 누가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그 시선을 무시하긴 힘들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아무도 없을 때, 누가 나를 보고 있지 않을때에는 그 부담을 조금은 내려놓고 싶다. 그건 일정부분 내 마음과 의지의 문제이니까.
게다가 남의 시선이 꼭 내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닐 수도 있다. (물론 내 평행주차를 구경한 놈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고향집에 차를 몰고 간 어느 날이었다. 주차를 하려고 하는데 나이 지긋한 경비 아저씨가 내 가까이에서 비질을 하고 계셨다. 당연히 신경이 쓰였다. 나름 익숙해진 후방주차를 하는데도, 맘처럼 되질 않았다. 하지만 대강 해놓고 도망 갈 순 없으니까. 될 때까지! 나는 포기하지 않고 수 차례의 조정 끝에 차를 집어넣었다. 장하다 집순아. 잘했다 집순아!
차에서 내려야 하는데, 아저씨는 아직도 내 차 주변을 쓸고 계셨다. 이 넓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여기만 유난히, 유독 더러운 거야? 그런 거야? 대체 왜 여기만 계시는 거야… 내리면 최소 한 마디는 하겠지? ‘아이구, 초보이신가봐~’ 그러겠지? 한숨을 푹 쉬고 내리는데 아니나다를까 경비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건다.
“후진이 어렵죠? 나도 후진이 젤로 어렵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