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가 어쨌든
세상의 여러가지 설레고 따스한 일들 중에 하나, 그건 분명 ‘마중’일 것이다.
효율성을 따지자면 마중은 참 쓸모 없는 일이다. 오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이 어차피 만나게 되어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사람은 굳이, 일찌감치 나가서 올 사람을 기다린다. 그는 도착 시간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연신 시계를 확인하게 된다. 아직 도착할 시간이 아닌데도 고개를 쭉 빼고 도착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핀다.
마중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건 모두가 이미 안다. 누가 마중을 나온다면 “됐어, 고생스럽게 나올 필요 없어”라고 인사치레를 하는 걸 보면 그렇다. 하지만 마중 나올 사람을 기다리는 건 가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중 받는 사람 마음엔 낯선 곳에 혼자 떨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고마움,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따스한 느낌 같은 것이 스민다. 마중은 이렇듯 나가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기분 좋고, 때로는 가슴 찡한 것이다.
내가 운전을 시작할 때 생각한 운전의 장점은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 내가 바라는 곳으로, 내 의지로 떠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운전을 실제로 시작하고 나서 깨달은 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중하러 가는 운전만큼 보람차고 힐링되는 드라이브도 없다는 거였다.
말로는 왜 나왔냐고 하면서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던 내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늘 나를 마중 나오기만 하던 엄마의 출퇴근길을 내가 함께 했던 날, 극한 초보의 조수석에 앉아서도 숙면을 취하는 친구를 집까지 데려다 주러 가던 길, 기차역으로 차를 끌고 마중 나간 내게 “호강한다”며 좋아하던 고향 친구.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그래, 나 운전 배우길 참 잘했지.
이로써 연수도 실전 연습도 끝이났다.
이제는 내 소중한 사람들과 여행을 떠날 때다.
진짜, 나만의 운전을 시작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