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공방

소개팅 이후,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요!"라는 핑계

30대 초반의 Y와 N은 얼마 전 소개팅을 했다. Y는 여성으로 3년 전에 임용이 된 공무원이다. N은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5년 차 직장인 남성이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된 그들은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같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자리를 이동해서 밥을 먹고, 또 카페에서 차를 마실 정도로 Y와 N은 대화가 잘 통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N은 Y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확신이 들었다. 결혼을 염두하고 만날 수 있는 자신이 기다려오던 여자가 Y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첫 만남이지만 N은 과감하게 Y에게 제안을 한다.


“우리 앞으로 진지하게 만나볼래요?”


Y는 얼굴에 살짝 웃음을 머금는다. 잠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네, 그래요!”


N과 Y의 합의 이후, 둘 사이에는 은은하게 달달함이 느껴진다. 서로 말을 놓고 편하게 대화하기로 했으며, 조심스럽지만 팔을 잡아끌거나 손을 잡는 정도의 간단한 스킨십도 나누었다.


N과 Y의 눈빛에서는 어느새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보인다. 같은 연배라는 것을 넘어서서 인생의 동지를 만난 것처럼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듯하다. 선선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초가을밤,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그리고 Y는 밤하늘을 쳐다보며 입을 연다.


"내가 그동안 잘못 살아온 것이 없는데 왜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남자를 여태껏 만나지 못하는가를 요즘 들어 고민했었어.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무엇 때문인가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늘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


Y의 고백이 끝나고, 달달한 분위기를 얼마간 이어가던 그들은 다음에 만날 약속을 잡고는 헤어진다.


N과 Y는 9일 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Y가 업무로 바빠서 그 사이에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고 하여 그때 만나기로 한 것이다. N은 Y와의 만남 이후, Y가 자신의 결혼 상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생각에 걸맞게 Y에게 정성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한다.


N은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Y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안부를 묻고, 전화통화를 하게 되면 하루 종일 업무로 고생한 Y를 위로한다. 마음에서 자기 자신보다도 Y를 상위에 놓고, 항상 그녀를 염려한다.


그러나 Y는 시큰둥하다. N의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도 몇 시간이 지나서야 답장을 보내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더라도 딱딱하게 단답형으로 보낸다. 그리고 전화통화를 하더라도 통화시간을 길게 가지지 않는다. N은 이러한 Y의 태도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꾸준히 Y에게 자상하게 다가간다.


그렇게 9일이 지나갔다. 그리고 N과 Y는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전시를 같이 보러 가기로 한 그들은 원래 같이 보기로 한 전시의 입장을 위한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다른 전시를 보기로 한다. N은 이럴 경우에 대비하여 볼만한 다른 전시를 파악해두고 있었고, 도보로 이동 가능한 다른 전시회로 Y를 안내한다.


N이 Y를 안내한 전시는 체험을 같이 하며, 사진을 찍기 좋은 전시회였다. N은 이동하면서 Y에게 같이 보게 될 전시회의 성격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나 Y는 그 전시는 보겠다고 하면서 사진은 찍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한다. N은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 하면서 Y와 같이 전시장에 입장한다. Y는 N을 만날 때부터 딱딱했는데 전시장에 입장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첫 만남에서의 달달함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Y의 모습은 왠지 불안해 보인다. 그래도 전시는 흥미로운지 체험도 하고, 혼자서 셀카로 사진도 찍는다. N은 이런 Y의 모습이 매우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자신이 속으로 한 다짐을 생각하며, 끝까지 자상하게 일관된 태도로 Y를 대한다.


그렇게 전시 관람을 마치고, 둘은 카페로 이동한다. 주문한 커피를 N이 가지고 오니, Y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 그냥 친구 하면 안 될까?"


N은 순간 당황스럽지만 계속 Y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Y는 N과의 첫 만남 이후, 혼자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자신이 N을 진지하게 만나겠다는 말을 성급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친구로 지내자고 말하는 것도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이니깐 마음이 없으면 지금 끝내도 된다고 N에게 말한다.


N은 무엇이 그런 생각을 들게 했는지 그리고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는지 Y에게 차분하게 물어본다.


"너하고 처음 만나 헤어지고 나서부터 계속 고민했어. 내가 아직 결혼에 대해서 생각이 완전히 잡혀있지 않은데 섣부르게 결혼을 염두하고 진지하게 만나자고 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야! 너한테는 아무 문제가 없어. 나의 문제인 것 같아!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N은 Y와의 대화를 이어가며, 다시 한번 자신의 마음을 Y에게 솔직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묻는다.


"지난번에 우리가 카페테라스에서 차 마실 때, 네가 나에게 했던 말 기억하니? 네가 잘못 살아온 것이 없는데 왜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남자를 여태껏 만나지 못하는가를 요즘 들어 고민했는데 이제야 좋은 남자를 만난 것 같다고 했었잖아!"


Y는 대답한다.


"내가 그런 말을 했었니? 그런 말을 나는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


N은 Y가 마음을 고쳐먹을 수 없음을 직감한다. 더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Y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N은 Y의 제안을 받아들여 친구로 지내기로 한다. 이후, 자리를 일어나 둘은 거리를 걷는다.


그리고 N은 Y에게 묻는다.


"이전에도 좋은 감정으로 시작했다가 친구로 지내기로 한 사람이 혹시 있니?"


Y는 대답한다.


"응, 있어. 어떻게 하다 보니깐 그렇게 되어버렸어. 정말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다시 말하지만 친구도 하기 싫으면 여기서 그만두고 딱 끊어버려도 돼. 그리고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너에게 기분을 물어봤을 때 네가 당황스럽다고 한 것은 화가 난다는 거야! 열 받는다는 거지! 그래도 괜찮아?"


N은 다시 한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화가 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확신을 가지게 된다. Y와 친구로 지낸다고 해서 Y의 마음이 변화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N은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자상한 태도로 Y를 대하다가 헤어진다.




위의 사례에서 Y는 N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을 친 것이다. Y는 N과의 첫 만남에서 자기가 잘못 살아온 것이 없는데 왜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남자를 못 만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며 이제야 좋은 남자를 만났다는 고백을 N에게 했었다. N은 당연히 진지하게 만나기로 한 Y와의 약속이 잘 진행되어 나갈 것이라는 확정적인 예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Y에게 성심성의껏 마음을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Y는 그런 N의 믿음을 희롱한 것이다. "나도 나의 마음을 잘 모르겠어!"라는 핑계를 대며, N의 정직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논 것이다. Y는 나중에 말을 바꾸고 다른 입장을 취하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진지하게 만나기로 약속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것에 덧붙여서 카페테라스에서의 고백을 N에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Y는 자신이 잘못 살아온 것이 없다고 하지만 N에게 보인 언행들이 Y가 잘못 살고 있는 행동이다. Y만 자신이 잘못 살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만큼 나쁜 행동이 없다. 사람의 진정성을 농락하는 것은 매우 질이 나쁜 행동이다. 그래서 사람이 매사에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한다. 책임지지 못할 말과 행동은 애초에 해서는 안된다. 사람답게 사는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믿음과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 그것이 변수가 많은 연애의 감정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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