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사랑 …, '인생'을 이야기하다

[참된 깨달음 : 영화 후기] 시인의 사랑(2017)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마흔 살의 시인 현택기(양익준)는 전형적인 틀을 벋어 나지 못하는 감상적인 시를 쓰며, 자신의 예술세계와 팍팍한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로 시 쓰기를 가르치며 받는 월 30만 원의 수입이 유일한 수입원인 그는 심지어 정자마저도 부족하다.


그러나 쓸모없는 인생을 사는듯한 시인의 곁에는 무능한 남편을 구박하면서도 그를 세상에서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전혜진)가 있다. 그녀는 시인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 몇 번의 인공수정 끝에 남편의 아이를 갖는 데 성공하지만 시인의 마음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를 서글픔을 간직한 채 그녀는 꿋꿋이 자신의 사랑을 지켜간다.


그리고 이들 부부 앞에 나타난 위태로운 소년(정가람), 몇 년째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 비참한 현실에 울분만 가득 찬 어머니, 암흑 같은 세상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팡질팡하던 소년에게 한 시인이 다가온다.


출처 : 다음 영화 - 시인의 사랑(2017)


영화 <시인의 사랑>은 시인 현택기를 통해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시인으로 등단을 하기는 했으나 단조롭고 전형적인 시만 쓰고 있는 현택기는 진짜 시를 쓰기 위해 고민한다. 그러나 이상을 실현하고만 살기에는 현실이 너무 팍팍하다. 먹고살아야 하고, 결혼을 했으면 아버지가 되어야 하고 …,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고달픈 시인에게 현실의 무게감은 무겁기만 하다.


그러한 고달픔을 달래주듯~, 아내가 사 온 도넛은 달콤하다. 현실에서 느끼는 인생의 쓴맛을 중화시켜주듯이 시인에게 도넛은 너무나 달콤하다. 도넛의 달콤함에 매료되어 찾은 도넛 가게, 그곳에서 시인은 소년을 만난다.


시인은 소년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한다. 소년이 툭 던진 말에서 영감을 얻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를 쓰기 시작한다. 진짜 시를 쓰고 싶었던 자신의 이상이 소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시인은 더 깊이, 더 세게 소년을 끌어안기 시작한다.


시인은 물심양면으로 소년을 도우며, 시를 쓴다. 병상에 누워있는 소년의 아버지 병시중에 사용할 용품도 가져다주고 소년이 먹을 음식도 제공하며, 시인은 소년의 삶에 깊이 들어간다. 그는 할 수 있는 한 소년이 가진 아픔과 상처를 더 깊게 마주하며, 위태로운 소년의 삶에 동행한다.


소년은 그런 시인이 싫지 않다. 자신이 불쌍해서 돕냐며 자격지심에 날카롭게 굴 때도 있지만 괴로운 자신의 삶에 진심 어린 애정으로 함께하는 시인이 싫지 않다. 자기 삶의 고달픔을 진정으로 느끼는 시인과 함께하는 동안 소년은 조금씩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출처 : 다음 영화 - 시인의 사랑(2017)


아내는 임신을 했고, 소년의 아버지는 죽었다. 그리고 시인의 마음도 확실해졌다. 시인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자기 혼자 어떻게 아이를 키우냐며 매달리는 아내를 뒤로하고, 시인은 소년을 찾아간다. 소년과 함께 사는 인생을 욕망하며, 용기 내어 소년을 마주한다.


세상에 변태로 낙인찍히더라도 상관없다. 소년과 함께 살 수 있다면 다 상관없다. 그러나 소년의 친구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시인은 용기 내어 소년의 손을 잡지만 소년은 시인을 따라가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났고, 첫 생일을 맞이했다. 그리고 시인은 시집도 출간했다. 과거의 시간은 지워진 듯~, 평화로운 시인의 삶이 보인다. 그러나 퀵 배달원으로 배달을 온 소년을 우연히 다시 만난 시인은 자신의 사랑을 다시금 느낀다. 하지만 시인은 소년과 함께 떠나지 않는다. 대신 소년에게 3000만 원이 든 카드를 쥐어주고, 너의 인생을 살라며 떠나보낸다.


출처 : 다음 영화 - 시인의 사랑(2017)


영화 <시인의 사랑>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겪는 삶의 고뇌와 아픔, 좌절 등을 제주라는 배경과 함께 압축적으로 그려내었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슬픔을 영화가 대신 울어주는 것 같다. 시인 현택기가 시인은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라고 영화에서 표현했듯이 말이다.


그렇게 영화는 시인의 사랑을 통해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소년을 사랑하는 과정 속에서 인생을 더 깊게 느끼고, 성장하는 시인을 통해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세상살이에 고민하고 번뇌할 수밖에 없는 존재, 욕망만을 추구하고 살 수는 없는, 책임과 의무에 구속될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의 삶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참된 깨달음 : 영화 후기] 시인의 사랑(2017)




이 글은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한 시사회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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