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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케이크 그리고 일요일의 시장 탐방

[한일부부의 시장탐방]

아내는 요즘 플라워 케이크에 관심이 많다. 휴가까지 내서 케이크를 만드는 특강을 수강할 정도로 열심히 한다. 예전부터 아기자기하게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플라워 케이크에 꽂혀버린 것 같았다.


얼마 전에도 아내는 휴가를 내서 특강을 수강하고 왔다. 그리고 한 손에는 조그마한 케이크 상자를 하나 들고 왔는데 이번 거는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었다. 처음 수업을 듣고 왔을 때 만들어온 케이크도 처음 만든 것 치고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거는 밖에 내다 팔아도 손색없는 수준의 작품이었다.

 

아내가 직접 만든 플라워케이크


떡과 떡 사이에 대추 쨈을 발라 케이크의 골격을 만들고 그 위에 앙금으로 꽃 모양을 내서 플라워 케이크를 만들었다. 그냥 먹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비주얼이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그 케이크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앙금으로 만든 꽃 하나하나가 정성이었다. 단순하게 기술적인 요소만이 그것을 완성하고 있지는 않았다. 조심조심~ 하나하나에 정성을 더해 이룬 우리를 위한 예술작품이었다.




며칠 후 아내는 플라워 케이크를 만드는 도구를 구매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는 주말에 시장 탐방도 하면서 본인이 봐 둔 공업사에서 케이크 조리도구를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내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한일 부부의 2차 시장 탐방의 일정을 계획했다.


서로가 특별한 일정 없이 모두 한가한 날이 일요일이었다. 지난번 공덕시장 탐방에서 일요일의 시장은 한산하다는 것을 느꼈던 터라 계획대로 일정이 모두 진행될 수 있을지는 우려가 되었지만 부부가 같이 나들이를 할 수 있는 때가 그날이었기에 우리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움직이기로 했다.

 

2018년4월29일, 종로신진시장


우선 우리가 간 곳은 종로 신진시장 내의 닭한마리 골목이었다. 예전에 이곳에서 지인과 닭한마리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아내와 꼭 같이 와보고 싶었던 장소가 이곳이었다. 지도 앱을 통해 방향을 잡고, 시장의 좁은 골목을 조금 걸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닭한마리 골목에 다다를 수 있었다.

 

2018년4월29일, 종로닭한마리골목


골목 초입에 아내와 잠시 서서 예전 지인과 같이 닭한마리를 먹었던 집을 찾아갈까를 고민했으나 우리는 다른 집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들어간 집이 “원조 원할매 닭한마리” 집이다.

우리 부부는 닭한마리 세트 2인으로 주문했다. 닭한마리에 감자, 떡, 버섯 사리가 들어가고 사리 국수가 나오는 메뉴였다. 큰 그릇 하나에 닭한마리 그리고 다른 사리들이 함께 담겨 있으니 제법 푸짐해 보였다.

 

2018년4월29일, 종로닭한마리골목


영화 ‘히말라야’의 촬영지였음을 내세우고 있는 이 집의 닭한마리는 보통 수준의 맛이었다. 다시 찾아와서 먹을 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유명하다고 맛도 최고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4월29일, 종로닭한마리골목


식사 중 외국인 종업원들의 서빙은 친절했다. 예의를 갖추고, 조심스럽게 손님들을 응대했다. 손님들로 많이 붐비는 식당이기에 고된 노동이 예상되었지만 그들의 태도는 상냥했다. 반면에 식당 사장인지 내국인 종사자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들의 태도는 불편했다. 언제나 붐빌 식당이라고 생각하는 듯~, 성의 없고 불친절하며, 기계적인 태도로 손님들을 응대했다.

 

2018년4월29일, 종로방산시장


그렇게 닭한마리로 늦은 점심을 먹은 우리 부부는 방산시장으로 향했다. 아내가 봐 둔 플라워 케이크 조리도구를 파는 공업사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8년4월29일, 종로방산시장


포장 및 인쇄 관련 전문 시장인 방산시장은 예상대로 한산했다. 아니~ 한산했다기보다는 문을 연 집이 거의 없었다. 살펴보니 방산시장은 일요일에 휴무였다. 우리가 가려고 한 베이커리 골목의 공업사도 문을 닫고 있었다. 이럴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예상했던 터라 플라워 케이크 조리도구를 직접 보고 사지 못한 것에는 아쉬움이 없었지만 시장의 휴무날이라 방산시장 상인들의 활동적인 삶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은 못내 아쉬웠다.

아쉬움이 있어서 그런가 그다음 일정은 계획한 데로 할 수 있기를 우리 부부는 조금은 기대했다. 그리고 종로의 갈매기살 골목으로 향했다. 지난번 공덕동에서 지나쳤던 갈매기살 골목처럼, 종로에도 그런 골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번 시장 탐방에서는 종로의 갈매기살 골목에서 갈매기살을 구워 먹으며 저녁식사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따뜻한 봄날의 일요일, 봄나들이를 간다며 그곳도 문을 닫고 있었다.    

 

2018년4월29일, 종로갈매기살골목


우리는 종로 갈매기살 골목을 한 바퀴 돌며 생각을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고 있는 이곳에서 그나마 열려있는 몇 안 되는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갈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우리 부부는 이곳은 다음에 다시 오기로 기약하고, 다음 시장 탐방 때 가려고 했던 마장동 축산물 시장으로 가서 한우를 먹기로 했다.

 

2018년4월29일, 마장축산물시장


마장동 축산물 시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영업을 하는 집보다 문을 닫고 있는 집이 더 많았다. 그러나 띄엄띄엄 문을 연 집들 안에서도 우리가 먹을 좋은 한우 생고기를 고르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2018년4월29일, 마장축산물시장


"명가 우리 한우"라는 한우 등심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집에서 우리가 먹을 고기를 구입했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정육점 바로 앞 건물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자릿세를 내고 고기를 구워 먹었다.

 

2018년4월29일, 마장축산물시장


등심, 부챗살 등 한우의 여러 가지 부위가 조합된 고기 묶음을 6만 5천 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했다. 고기의 양은 우리 부부가 먹기에 부족하지 않은 충분한 양이었다. 또한 윤기가 좔좔 흐르는 한우 고기는 불에 적당히 익혀 먹으면 다른 양념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입안에서 고기가 사르르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2018년4월29일, 마장축산물시장


식사를 마치고, 마장동 축산물 시장을 빠져나오니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우리 둘이서 알콩달콩 고기를 건네며 한우를 먹는 행복에,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지나간 줄도 몰랐다. 비록 방산시장과 종로 갈매기살 골목에서 우리가 계획한 일들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의 저녁식사가 그 아쉬움을 모두 날려버리고도 남았다.    


2018년4월29일, 마장축산물시장


마장동 축산물 시장의 서문 입구를 바라보며 아내와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오자고 했다. 다음에는 일요일을 피하고 좀 더 이른 시간에 와서 이 시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보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또 다른 행복의 시간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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