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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역사와 함께한 신포국제시장

[한일부부의 시장탐방]


우리들의 삶이 녹아있는 전통시장, 그것을 둘러보는 것은 우리 부부의 즐거움이다. 여행 또는 나들이를 하며, 그 지역의 전통시장이나 오래된 뒷골목을 둘러보는 것은 사람 냄새가 짙게 배어있는 그곳의 삶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부가 공감하는 즐거움을 글로 적으며, 시작한 한일부부의 시장탐방은 서울의 전통시장과 오래된 동네의 뒷골목을 둘러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서울, 그 안에서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는 이웃들의 삶의 노래를 찾아 듣고,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서울을 벗어나 여행이나 나들이를 할 때도 언제나 그 지역의 시장을 찾는다. 특별하게 계획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리 부부는 그곳의 전통시장으로 향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시장탐방에 대한 우리의 열정을 서울이란 지역의 전통시장 탐방으로 한정 짓기에는 그 범위가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서울의 전통시장과 오래된 뒷골목을 넘어서 전국을 무대로 하는 한일부부의 시장탐방을 써 내려갈 생각이다. 한국인인 나와 일본인인 아내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적어볼 생각이다. 소박하지만 위대한 그들만의 아이템으로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적어볼 것이다.                                         



         

얼마 전에 한 당일치기 인천여행에서 우리 부부가 가장 큰 비중을 두고 둘러본 곳은 신포국제시장이었다. 인천을 대표하는 신포국제시장은 개항과 함께 시작한 1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상설시장이었다.


19세기 말, 신포동에 있던 푸성귀전이 신포시장의 전신이다. 푸성귀전 안에는 20여개의 채소가게가 있었는데, 그곳의 주인은 모두 중국인 화농(華農)들이었고, 고객은 주로 일본인들이었다. 화농들은 배추, 무, 양파, 토마토, 피망, 당근, 우엉, 마, 연근 등을 거래했고, 산둥성 일대에서 채소씨앗을 가져와 현재 남구 도화동과 숭의동 일대에서 농사를 지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인천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화농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예전 푸성귀시장의 모습은 시장 내 쉼터에 조성된 조형물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어시장과 닭전으로 불리던 한때를 느낄 수 있는 선어 판매업소나 횟집, 닭집 등은 아직도 적지 않다. 신포국제시장은 쫄면의 시초이자 고향이며, 닭강정, 오색 만두, 순대, 공갈빵으로 유명하다.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이자 개항의 역사와 함께한 100여 년이 넘는 인천의 대표 시장이다.


출처 : 신포국제시장 홈페이지
http://sinpomarket.com/kor/shop/history.php                         


신포국제시장 홈페이지에서 소개된 신포시장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예전 신포시장의 주요 고객은 일본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신포국제시장 일대에는 과거 일본인들이 살았을 법한 *나가야(ながや、長屋) 형태의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 나가야(ながや、長屋) 양식이란 한 개의 대들보에 여러 채 가옥이 연결되어 있는 건축형태  

                        

인천 신포국제시장 근처의 나가야(ながや、長屋) 형태 건물들


일제 강점기 신포로 일대는 일본인 거주 지역으로 나가야(ながや、長屋) 형태의 적산가옥들이 지어졌던 곳이었다. '적산(敵産)'은 적의 재산이란 뜻으로, 적산가옥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한국에 지어 살았던 집을 일컫는다. 이러한 적산가옥은 인천을 비롯한 목포, 포항, 군산 등의 항구도시에 많이 지어졌었고, 현재까지도 그 건축물들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특히나 인천의 신포시장 인근에서는 이러한 나가야(ながや、長屋) 형태의 적산가옥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인천 신포국제시장을 본격적으로 탐방하기 전에 우리 부부는 쫄면의 원조인 인천의 쫄면을 맛보기로 했다. 신포국제시장의 앞에는 신포우리만두 본점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 집은 바로 쫄면을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만들어낸 집이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신포우리만두 초창기에 공장에서 냉면을 만들던 중 실수로 가는 냉면 면발 대신 굵은 면발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실수로 만들어진 면발이니 버렸어야 마땅했던 굵은 면발을 신포우리만두는 양배추와 콩나물 그리고 쫄면장을 넣어 버무린 새로운 메뉴로 만들었는데 그것이 쫄면의 시작이었다.              

            

인천 신포우리만두 본점의 우리쫄면


원조라서 그런가 신포우리만두 본점의 쫄면은 달랐다. 심지어 본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먹었던 신포우리만두 쫄면과도 달랐다. 내가 지금까지 먹어봤던 쫄면의 면발보다 확실히 면이 더 굵었고, 쫄깃했다. 쫄면의 장도 더 매콤했고 시원했으며, 콩나물 등의 각종 야채가 입안에서 씹히는 질감도 완벽했다.          

                

인천 신포우리만두 본점의 우리쫄면

                    

그리고 함께 주문한 새우만두는 예술이었다. 1971년 인천 신포동에서 "우리집"이라는 상호로 시작한 2평 남짓한 만두 가게가 성공하여 현재는 전국에 수백 개의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신포우리만두"답게 본점에서 맛본 새우만두의 맛은 일품이었다.  

                       

인천 신포우리만두 본점의 새우만두

                        

새우만두를 젓가락으로 하나 집어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육즙이 확 퍼지면서 새우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새우가 들어간 만두는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런 맛있는 만두를 언제 먹어보았는지…, 생각해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고, 그 순간, 신포우리만두 본점에서 맛본 새우만두는 나의 인생 만두로 등극하게 되었다.

          


                                          

신포우리만두 본점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인천 신포국제시장을 본격적으로 탐방하였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신포국제시장의 면모는 우리 주변의 전통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익숙한 모습이었다. 다만, 몇 가지 음식은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점포들이 종종 눈에 띄었는데 닭강정, 도너츠, 중국식 만두 또는 공갈빵 등이었다.                          

인천 신포국제시장 탐방(20181206)


신포시장을 돌면서 시장의 모든 음식들이 맛있어 보였지만 식사를 한 이후여서 그런지 다른 메뉴들보다도 도너츠나 고로케 등을 취급하는 점포들이 눈에 잘 들어왔다. 그중에서 우리 부부는 "호앤화 도너츠"의 빵을 선택해서 먹어 보았다. 이 집은 진열대에 정갈하게 자리 잡은 고로케나 도너츠 등이 예사롭지 않은 집이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맛이 없는 빵을 만드는 집들도 많지만 "호앤화 도너츠"는 깔끔한 외모만큼이나 그것이 품은 내면의 맛도 아주 훌륭했다. 우리가 구입한 생도너츠, 야채감자고로케, 사라다빵 모두 맛있었다. 나중에 다시 인천에 온다면 신포국제시장을 꼭 방문해서 이 집의 빵을 사 먹고 싶을 만큼의 매력적인 맛이었다.        

     

그리고 인천을 여행한 이후에 회사 동료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신포국제시장이 닭강정으로 유명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가 신포시장을 탐방하면서는 그저 '닭강정 집이 좀 많구나!' 정도를 느끼며, 속초관광수산시장의 닭강정을 떠올렸을 뿐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천 신포시장도 닭강정으로 유명한 전통시장이었다.      

     

또한, 신포시장 내에는 중국식 만두와 공갈빵을 취급하는 집들이 제법 있었다. 어떤 집은 한국말도 잘 못하는 중국인이 만두를 팔며,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마치 과거 신포시장에서 일본인을 상대로 채소를 팔던 중국인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인천의 개항과 함께 시작한 신포국제시장은 그 오랜 세월만큼이나 깊이가 있었다. 전통과 역사를 품은 맛으로 신포시장을 찾은 손님들을 만족시켰고, 자신만의 색깔은 가졌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이 불편하지 않게 시장의 문화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노련함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내공이라면 신포시장은 앞으로 시간이 많이 흐르더라도 지금의 영광을 꾸준히 유지하며,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녕!
신포국제시장아!

다음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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