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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과 함께 숨 쉬는 망원시장 탐방

[한일부부의 시장탐방]

막연히 궁금해서 가보고 싶기는 한데 마음을 굳게 먹고 발걸음을 떼지 않으면 방문이 요원한 전통시장이 있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망원시장이었다. 우리 부부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망원시장까지는 약 20분 정도면 도착하지만 특별하거나 특색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에서 가까워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이래저래 우리 부부의 전통시장 방문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시장이 망원시장이었다.      

     

그러나 휴가를 내서 아내와 함께 쉬게 된 평일의 어느 날, 오래전부터 가보고자 했던 망원시장으로의 발걸음을 떼었다. 겨울의 단잠을 늦게까지 만끽하고 일어나던 그 찰나에 붙잡은 '오늘은 망원시장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나는 힘껏 움켜쥐고, 아내와 채비를 서둘러 망원시장으로 향한 것이었다.         

                         

20190211 망원시장


평일이었지만 망원시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활성화가 되어 있는 전통시장이었다. 시장에 사람이 많으니 시장은 에너지가 넘치고, 생기가 가득했다. 장을 보기 위해 온 주부들도 많이 보였지만 시장 방문을 목적으로 한 우리와 같은 사람들도 제법 있는 것 같았다.      

                         

망원시장 내의 풍경

    

사람들이 밀집한 주거지역이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망원시장은 마치 이 지역의 핫플레이스인 것처럼 느껴졌다. 평일에 이 정도의 사람들이 모일 정도라면 주말에는 어떨지 …, 짐작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망원시장은 방문객들을 위한 환경 정비가 잘 되어 있었는데 화장실이나 카페 등을 표시해주는 안내판이 알아보기 쉽도록 잘 설치되어 있었다.      

                         

망원시장 "망원 고로케"

      

본격적으로 망원시장 탐방에 들어간 우리 부부는 우선 "망원 고로케"에서 도너츠 타임을 가졌다. 때마침 찹쌀 팥도너츠가 나온 때여서 따끈따끈한 팥도너츠를 맛볼 수 있었다. 가격도 도너츠 1개에 500원으로 저렴했는데 맛도 훌륭했다. 이 집은 계속해서 사람들이 몰리는 집이었다. 가게 앞으로 자연스럽게 사람 줄이 늘어섰고, 좀처럼 그 줄은 없어지지 않았다.       


망원 고로케 "찹쌀 팥도너츠"

     

시장에서는 찹쌀 팥도너츠를 맛보았고, 고구마 카레 도너츠는 포장해서 집에서 맛보았다. 집으로 오는 동안 겨울의 냉기를 머금은 고구마 카레 도너츠였지만 식었음에도 맛이 있었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은은한 카레 맛이 나는 고구마 카레 도너츠는 따뜻하지 않아도 충분히 자기 맛을 뽐내고 있었다.      

                         

망원 고로케 "고구마 카레 도너츠"

     

다음으로 우리 부부는 망원 시장의 반찬 가게들을 둘러보았다. 시장의 주변이 주거지역이라서 그런지 시장 안에는 반찬 가게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손님들이 많은 가게가 있었다.      

                         

망원시장 "엄마손반찬"

    

망원시장의 "엄마손반찬"은 반찬 가게임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그 모습이 독특해서 우리도 그곳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맛있는 반찬들 수십 가지가 우리를 유혹했다. 이 집은 시장 반찬 가게임에도 지저분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형식적인 손님 응대도 하지 않았다. 정갈하게 포장한 맛깔나는 반찬과 친절한 손님 응대가 돋보이는 집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이 집에서 반찬 두 가지를 구입하였다.      

                         

엄마손반찬 "꼬막무침"과 "잡채"

     

5000원을 주고 산 꼬막무침은 다른 반찬들에 비해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맛은 좋았다. 양념이 잘 밴 꼬막은 훌륭한 밥반찬이었다. 그리고 3000원을 주고 구입한 잡채는 고기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굵은 잡채 면과 야채가 어우러진 맛이 매력적이었다.      

                         

망원시장 "무침 프로젝트 홍어무침"

          

또한, 홍어무침이 먹고 싶다는 아내의 요청으로 "무침 프로젝트 홍어무침"이라는 독특한 간판을 걸고 있는 가게에서 홍어무침을 구입했다. 2~3인분인 12,000원짜리로 구입한 후 집에서 무쳐 보았는데 적당히 삭힌 홍어에 충분한 야채가 포함된 홍어무침은 입맛은 돋아주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게 맛있었다.      

                         

망원시장 "무침 프로젝트 홍어무침"

     

일본인인 아내는 한국인은 아니지만 집 근처의 홍어 전문점에서 홍어찜 등을 나와 가끔씩 먹어왔기에 홍어에 대한 맛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내가 이 집의 홍어무침을 맛보더니 자신에게 딱이라고 했다. 홍어는 많이 삭히지 않았고, 양념도 자극적이지 않아서 본인이 먹기에 편하다고 했다.      

     

응암동 대림시장에서 20년 동안 홍어 전문점을 하다가 망원시장에도 점포를 낸 이 집은 포장을 해준 전체적인 구성도 깔끔했고, 또 직접 무쳐서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보아왔던 전통시장의 홍어무침 집들과는 조금 달랐다. 작은 차이지만 좀 더 고객에게 다가가는 성의가 감사한 미소가 지어지는 집이었다.

                         

망원역 "왕초 떡볶이"


망원시장 탐방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망원역 근처에 있는 "왕초 떡볶이"에서 떡볶이에 튀김을 먹었다. 오래간만에 먹는 떡볶이와 튀김이라 점심을 먹은 이후였음에도 맛있게 먹었다. 국물이 자작한 떡볶이에 고소한 튀김을 완전히 담가 먹으며, 단 돈 5500원이 주는 행복감에 젖어들 수 있었다.      

     

망원시장은 우리들 곁에서 함께 숨 쉬는 시장이었다. 특별하게 튀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으면서 편안하게 다가오는 시장이었다. 마치 연예인을 맞닥뜨린 것처럼 강한 인상을 주는 시장이 아니라 우리들 일상에서 함께 호흡하는 친근감 넘치는 시장이었다.      

   

20190211 망원시장


"망원시장아! 이제야 찾게 되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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