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송도'라는 나만의(?) 아니 우리만의 휴양지

[남편이 쓰는 신혼일기]

고층 빌딩, 한옥마을 그리고 해수가 흐르는 인공수로 …, 송도 센트럴파크는 한국이지만 한국 같지 않은 독특한 멋과 낭만이 있다. 햇살로 반짝이는 인공수로를 바라보며, 공원의 보행자 도로를 걷고 있노라면 딴 나라, 딴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이국적인 송도의 풍경은 나를 설레게 한다.

몇 년 전, 회사를 통해 이곳의 쉐라톤 호텔에서 2박 3일간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쉬고 싶었고, 휴식이 필요하던 시기에 얻게 된 기막힌 타이밍의 기회는 나에게 최상의 휴식을 제공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자고, 먹고, 사색했던 나만의 휴식은 일상의 활동들로 지친 마음과 몸을 완전하게 회복했던 진정한 휴양이었다.

그렇게 송도는 내 마음속에서 나만의 휴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과거에 느꼈던 이곳에서의 풍만한 만족감은 내가 정말 쉬고 싶을 때, 아무 생각 없이 그리고 아무런 준비 없이 찾을 수 있는 아지트 같은 휴식처를 생산해냈다.



올해는 아내와 송도를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 8개월에 접어들 아내, 더 늦은 시기에 먼 곳으로 여름휴가를 떠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우리는 조금 이르지만 여름휴가를 간다는 기분으로 송도를 다녀왔다.

우리 부부에게 올해 여름휴가에 대한 계획은 없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출산을 준비해야 하는 아내였기에 우리에게 여름휴가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의 어느 한편에도 자리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나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 충분히 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알게 모르게 쌓인 피로가 턱 끝까지 차있는 기분이었다.

아내는 그런 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지만 자신과의 치열한 전투를 매일같이 해내는 남편이 그녀의 눈에는 가련하게 보였다. 충분히 쉰다고 해도 나의 깊숙한 어딘가에는 조금씩 쌓인 삶의 피로가 있다는 것을 아내는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쉬고 싶다라는 생각을 표현했을 때, 아내는 나의 상태를 짐작한 듯 자연스럽게 제안을 했다.

"어디로 갈까?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자!"

나는 송도로 가자고 했다. 서울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나만의 휴양지로 나는 떠나고 싶었다.



아내와 송도에는 처음 왔다. 송도도 아내와 함께하지 못한 많은 곳들 중 하나였다. 연애시절,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했던 우리는 함께한 여행의 대부분을 결혼을 한 이후에 하였다. 신혼여행을 기점으로 도쿄도, 부산도 …, 우리는 결혼을 하고 나서 한국과 일본을 누볐다.

광역버스에서 내려 송도 컨벤시아 정류장에서 우리가 예약한 한옥 호텔이 있는 센트럴파크로 향할 때, 아내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았다. 휴식을 목적으로 온 곳이었지만 나와 함께한 또 하나의 추억이 될 송도가 그녀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듯했다.

햇살이 수놓인 센트럴파크의 인공수로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은 송도의 매력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내가 느꼈던 이국적이었던 송도만의 독특한 매력에 아내도 매료된 것 같았다. 그리고 예약했던 한옥 호텔인 경원재에 다다랐을 때, 아내는 황홀경을 경험하는 듯이 보였다.

주변에 고층건물이 늘어서 있는 낭만적인 공원의 한가운데 한옥 양식으로 지은 호텔이라니 …, 균형은 맞지 않지만 독특한 매력을 품어내는 눈앞의 풍경에 아내는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체크인을 하고 우리는 얼마간 호텔방에서 쉬었다. 호텔 측에서 준비한 간단한 다과와 녹차를 마시며, 유유히 흘러가는 호캉스의 시간을 즐겼다. 송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는 호텔 예약 외에 어떠한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호텔에서의 휴식에 초점을 맞추고, 그 밖의 일정은 그때마다 생각이 드는 데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마음과 몸을 쉬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적이었다. 쉬겠다고 왔지만 이런저런 일정들을 계획하고, 생각하느라 정신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쉬고 싶은 데로 쉬다가 무언가 하고 싶으면 마음 가는 데로, 발길 가는 데로 하는 것이 이곳에 온 목적이었다. 그래서 송도의 맛집도, 즐길 거리도 찾아보지 않았다. 그저 의식의 흐름이 이끄는 데로 우리는 움직이기로 했다.



경원재로 걸어오는 길에 봤던 센트럴파크의 수상보트가 타고 싶었다.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햇살이 수놓인 인공수로 위에 떠있는 수상보트의 모습은 실력 있는 화가가 그린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시야로 들어온 그곳의 매혹적인 자태는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더니 반사적으로 몸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관찰하고, 생각하는 관람자가 아니라 경험하고, 움직이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느린 속도의 수상보트가 만드는 낭만 속으로 풍덩 빠져들고 싶었다.



30분간 펼쳐진 모터보트의 세상은 아름다웠다. 미세한 진동과 나지막이 이어지는 모터음과 함께 펼쳐지는 물 위 보트 안에서 본 세상은 또 달랐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낭만을 우리는 그림 속 주인공이 되어 오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더할 나위가 없는 행복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 아내와 느끼는 지금의 지극한 만족감이 너무 좋았다.

저녁을 먹고 난 후에 호텔로 복귀한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TV를 봤다. 마침 보고 싶었던 드라마가 방송 중이라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 과자 등을 씹으며, TV 세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는 우리 호실의 야외에 마련된 테라스에서 송도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아내와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나고 나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였지만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한옥 건물의 분위기 속에서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면서 한 대화의 시간은 낙원 속의 힐링 타임이었다.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고 잠시 쉬다가 체크아웃을 할 채비를 하던 아내는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면 다시 송도에 오자고 말했다. 몇 년 전, 내가 송도에서 느꼈던 것처럼 아내는 송도에서의 휴식을 통해 얻은 풍만한 만족감에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고, 그녀의 가슴속에서 송도는 우리의 아지트 같은 휴식처로, 최상의 휴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고맙다. 송도야, 또 만나자!
이전 12화 결혼 이후, 나는 사람 감수성이 좋아졌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