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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광안대교의 야경이 가지는 의미

[남편이 쓰는 신혼일기]


얼마 전, 아내와 함께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우리의 여행은 식도락이 중심이었지만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광안대교의 야경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래서 2박 3일의 여행 일정 중 하룻밤을 광안리에서 보냈다. 광안대교의 멋진 야경을 우리의 가슴에 담기 위해서였다. 

      


나는 부산을 8년 만에 방문했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하고 싶었던 공부로 꿈을 이루어보겠다고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가기 전에 떠난 전국 여행에서 부산을 여행한 이후의 방문이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때 나는 광안리 해변에 앉아서 광안대교를 넋 놓고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가만히 해변에 앉아서 광안대교의 사이로 지나가는 자그마한 차량들을 바라보다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광안대교의 야경이 그렇게 멋지다는데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과 함께 꼭 다시 여기에 와야겠다.'    



아내는 이번 여행이 첫 번째 부산 방문이었다. 대학원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일본인 유학생인 아내는 우연하게 TV에서 광안대교의 야경을 보게 되었다. 잠깐이었지만 TV 속 광안대교의 야경은 그녀에게 무척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와~ 정말 멋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꼭 저곳에 가봐야겠다.'       



나와 아내는 광안대교의 야경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경험한 적이 없는 이 광경에 대한 애틋한 바람이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과 광안리 해변의 밤을 거닐며, 눈 앞에 펼쳐진 광안대교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고 싶다는 것, 그것이었다.



광안리에 어둠이 완전히 드리워지니 광안대교는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눈앞에 펼쳐진 빛의 향연을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는 뜨거움이 올라왔다. 오래전이었지만 전국 여행 중 부산에 들러 광안리 해변에 앉아있던 야심 찼던 내가 떠올랐고, 평생을 함께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다시 이곳에 찾아온 나 자신이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을 품었던 내 마음도 시간이 흐르면서 나답게 다듬어지며 조금씩 성숙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고, 나 자신을 품기에도 부족했던 예전의 마음과는 달리, 지금의 내 마음에는 아내가 들어와 또 다른 형태로 콩닥콩닥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내는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그 자리에 나와 함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해하였다. 광안대교의 야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광안대교가 보여주는 공연을 나와 함께 바라보고 있다는 것, 그 자체를 즐거워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광안대교의 야경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서로의 마음이 만나는 오작교가 되었다. 광안대교 빛의 향연이 최고조에 이르러 아름다움을 폭발적으로 토해낼 때, 우리 부부는 함께 그 자리에 존재함으로써 서로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서로의 추억과 마음이 만나는 그 순간, 우리 부부는 세상에서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는 진정으로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것이 우리에게 광안대교의 야경이 가지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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