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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추억과 함께 도쿄를 거닐다

[남편이 쓰는 신혼일기] 2017년, 3박4일의 도쿄여행&추억

결혼을 한 이후, 아내와 함께 도쿄를 여행하였다. 이번 여행은 내 인생 최초의 도쿄 여행이자 아내와 함께하는 첫 번째 도쿄 여행이었다.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면 언제 여행했을지 모를 도쿄였다. 그러나 나는 그녀와 결혼을 하였고, 그녀가 대학시절을 보냈던 도쿄가 궁금해졌다.   

  

나리타공항에서 도쿄 중심지로 이동하는 '스카이라인'


인천에서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제는 일본이 편안했다. 국제선이 아닌 국내선을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일본이 가깝지만 먼 타국이라기보다는 나의 아내의 나라, 그녀의 조국이라는 생각만이 그 순간에 존재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도쿄 여행 첫날, 아내가 다녔던 학교를 방문하였다. 여름방학 중 그리고 일요일에 방문한 학교에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유학, 결혼, 졸업 …, 이런저런 변화를 거쳤던 아내만큼이나 그녀가 다녔던 대학도 아내의 졸업 이후 여러모로 변화가 있었다.

   

도요대학교 학산캠퍼스 8호관


아내가 다녔던 대학 캠퍼스는 실용성이 돋보였다. 이리저리 분산되지 않게, 응축된 공간 활용을 보여주었다. 그러한 구성이 학교의 분위기를 만드는 듯~, 이곳의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의 분위기와 느낌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야요이켄 학산점


저녁을 먹기 위해 학교에서 근처의 야키니쿠 집으로 이동하면서 아내가 대학시절 가끔 들렸던 일본 가정식 음식점을 지나갔다. 이곳은 밥이 무한리필인 집이다. 음식의 가격도 일반적인 일본 가정식 집보다는 약간 싸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생들이 영양 있는 식사로 배부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고마운 대학가의 음식점이었다.




다음날, 태풍의 영향권에서 벋어 난 도쿄의 하늘은 무척 맑았다.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너무나 깨끗한 하늘, 그 하늘 아래의 도쿄는 너무나 선명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숙소에서 내려다본 스가모역 일대


빌딩과 맨션, 상점가와 절 그리고 절 안의 묘지…, 도시를 구성하는 온갖 요소들이 내 눈 앞에 너무나 깨끗하게 펼쳐져 있었다. 이 곳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것, 삶의 희로애락에 울고 웃으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자신을 하나하나 해체하며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아사쿠사 센소지 조우코우로


일본의 공휴일인 경로의 날, 도쿄의 명소 아사쿠사 센소지는 수많은 인파로 평소보다 더욱 붐볐다. 그 엄청난 인파를 뚫고 센소지의 조우코우로 앞에 섰다. 언제나 피워져 있는 향로라서 조우코우로인 대형 향로 주변에는 그들 나름의 의식을 행하며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향로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내는 대학시절 장모님과 이곳을 방문하였다. 장모님의 도쿄 여행을 가이드했던 아내는 여기서 향로의 연기를 머리와 몸에 쐬며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였다. 나 또한 그녀처럼 이곳에서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였다.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우리와 우리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도록 해 준 부모님을 생각하며, 지금과 내일의 안녕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였다.


2017년 9월 18일 17시경, 스카이트리의 모습

 

도쿄의 야경, 그 중심에 우뚝 솟아있을 스카이트리가 빛을 입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며 한 시간을 기다리고, 입장권을 사기 위해 또 한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맞이한 도쿄의 밤 풍경은 우리의 추억이 되었다. 어둡지만 깨끗한 하늘, 그 아래 펼쳐진 도쿄의 밤경치는 아내와 나의 가슴에 한 폭의 그림으로 남았다. 몽환적이었던 그 순간의 느낌과 감격, 그 모든 것이 도쿄의 야경이라는 그림에 담겨 우리의 가슴에 남아버렸다.  




도쿄 여행 셋째 날, 한국에서 여행을 계획할 때는 일정에 없었던 도쿄대를 방문했다. 여행을 하다 보니 은근하게 올라오는 오래 전의 기억이 있었다. 약 10년 전, 우연하게 보게 된 일본 드라마 '드래곤 사쿠라'의 기억이었다.


폭주족 출신의 변호사가 문제아 중의 문제아들을 도쿄대에 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때 나의 베스트 드라마가 생각난 것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힘겹게 법학을 공부하던 그 시절, 세상을 향한 꿈을 꾸기 시작한 그때에 '드래곤 사쿠라'는 나의 열정에 불을 지펴주었다.

  

야간 당직근무를 하고 집에 와 한숨 자고 일어나면 하루 종일 몰아서 드라마를 볼 정도로 그 드라마를 무척 재밌게 보았다. 그리고 막연했지만 분명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목표로 했던 도다이(도쿄대), 바로 그 도다이에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이 되지 못했던 그 막연했던 생각이 아내와 함께 도쿄를 여행하며 이루어졌다.

  


도쿄대 캠퍼스를 느긋한 걸음으로 돌아보며 그때의 나를 되돌아보았다.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만큼 열정이 넘쳤던 청년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어떤가?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때의 열정만큼이나 지금도 나는 뜨거웠다. 가슴에 간직한 그 불타는 열정을 나만의 방식으로 다듬어 삶의 원동력으로 삼으며,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도쿄역을 방문하였다. 2012년 복원공사를 통해 100년 전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도쿄역의 모습은 웅장하였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지금이야 별 감흥이 없게 느껴지지만 100년 전의 사람들이 이 건물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 규모와 웅장함에 제법 놀랐을 듯하였다.


역사 앞에 마련된 휴식공간의 한편에 앉아 도쿄역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갈 길이 바쁜지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도 보였고, 도쿄역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이곳에 왔을 테지만 도쿄역 앞의 풍경을 운치 있게 완성하고 있었다.    


대학생활 중 일본의 명절이면 아내는 늘 이곳을 통해 고향으로 갔다. 신칸센을 타기도 하고, 고속버스를 타기도 하며 고향으로 향하는 기쁜 마음을 품었다. 학업을 해내느라 지쳤던 심신의 피로도 고향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먹는 벤또(도시락)와 함께 녹아내리곤 했다.


그곳에 앉아 우리는 한참을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우리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내었다. 바로 지금 여기에 서로가 부부로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더 나은 내일을 함께 꿈꿀 수 있음에 감사하였다. 인생 최고의 동지를 만났다는 것, 어떠한 삶이라도 서로가 의지처가 되어 잘 살아낼 수 있다는 것, 우리는 한없이 꽃피는 대화 속에서 서로의 존재가치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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