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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졸업식

[남편이 쓰는 신혼일기]

지난 8월, 아내는 졸업을 하였다. 수년간의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당당히 학위를 수여받았다. 그 뜻깊은 날, 아내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내 마음도 설레었다. 아내의 사진을 찍어주며 캠퍼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그 순간, 아내와 연인이 되어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내의 남자 친구 자격으로 여대를 구경하는 것이었지만 왠지 쑥스러웠다. 캠퍼스 어디를 가든 남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기를 가도 여학생, 저기를 가도 여학생, 여학생이 주인인 이 학교에서 나는 완전한 손님이었다. 그러나 혼자라면 쉽사리 구경하지 못했을 이곳에 여친을 둔 이유로 자유롭게 학교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뭐랄까! 남들은 가지지 못한 특별한 권한을 가진 느낌이랄까! 그때, 학교를 구경하며 아내와 만들었던 추억은 나에게 인상 깊은 기억이 되었다. 


아내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나에게도 의미가 있는 이 곳을 아내가 떠난다니 내 마음도 아쉬웠다. 아내의 한국에서의 역사가 시작되고 발전한 곳이 여기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아내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못내 아쉬운 …, 그 마음을 나는 읽을 수 있었다.


2017년 8월 25일,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식


아내에게 이번 대학원 졸업식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초등학교 졸업식 이후 두 번째로 아내가 참석한 졸업식이 이번 대학원 졸업식이다. 아내는 한 학교 안에 중등부와 고등부가 나누어진 학교를 나와서 중학교 졸업식을 따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식은 대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아울러 대학교 졸업식은 대학원을 다니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와 적응하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졸업식 참석과는 인연이 없었던 아내였기에 이번 대학원 졸업식에 그녀는 많은 의미부여를 하고 있었다.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에서부터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 등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녀 인생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하나의 행사로 아내는 대학원 졸업식을 치러내고 있었다. 


2017년 8월 25일,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식


아내는 자신이 공부했던 장소들을 모두 둘러보며 사진을 남겼다. 아울러 본인이 조교로 일했던 장소에서는 그곳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이런저런 담소도 나누며 추억을 남겼다. 캠퍼스를 누비는 경쾌한 그녀의 발걸음에서는 자신의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본인이 다닌 이 학교의 졸업생이 자신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그녀였다.


아내는 그녀의 졸업식에서 자부심과 사람을 남겼다. 학교를 졸업했어도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동지로서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남겼고, 평생 동안 가슴에 남아 아내의 당당한 삶에 원동력이 될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남겼다. 형식은 학교를 졸업하지만 아내는 학교를 졸업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학교에서 남긴 소중한 유산이 그녀 인생의 자산이 되어 계속되고 있음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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