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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후, 나는 사람 감수성이 좋아졌다

[남편이 쓰는 신혼일기]

요즘에 나는 부쩍 눈물이 늘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우는 경우는 허다하고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울기도 한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울컥함은 순식간에 내 눈에 눈물이 고이게 만들고, 어느새 눈물은 뭉쳐져 두 뺨의 곡선을 타고 턱 끝에 맺힌다.


며칠 전, <백종원의 골목식당> 서산 해미읍성 편을 보며, 나는 돼지곱창집의 의리 있는 결정에서 울컥했다. 그들의 인연과 사연을 세세하게,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시기를 함께 했던 이웃과의 상생을 위해 컨설팅을 받은 메뉴의 레시피를 공유하고, 가게의 운영 노하우를 전부 함께하는 곱창집 사장님의 행보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단순하게 영화나 드라마 등의 제작자가 의도한 '눈물 포인트' 때문은 아니었다. 그들이 설정해놓은 장치들이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는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내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우리들의 삶에 대한 깊은 공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결혼 전에도 인간의 삶은 늘 나의 관심사였다. 각자에게 주어진 현실 속에서 자신이 나아갈 길을 그들의 삶으로 표현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내 삶의 방향을 잡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삶이 치열했는지는 몰라도, 아니면 마음이 많이 바빴었는지 …,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던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내를 만났고, 그녀와 결혼한 이후 나는 달라졌다. 아내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더 깊이 공감할수록 나는 변화했다. 마음으로 아내를 품게 될수록, 더 깊이 그녀를 사랑할수록 나의 사람 감수성이 좋아진 것이다.



지난날, 웃지 않으면 차갑고 도도하다는 인상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나였지만 결혼을 한 이후의 난 불어난 살과 함께 외모도 마음도 푸근해졌다. 현재의 나를 만나본 사람들의 입에서 내가 지난날에 들어왔던 나의 이미지에 대한 말들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된 인상에 놀라고, 푸근한 응대에 감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내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아내라는 사람에게 공감하며, 아내라는 사람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하면서 나는 보다 광범위한 범위의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아내라는 한 사람의 아픔과 기쁨을 가슴으로 느끼게 된 것은 내 이웃들의 고통과 즐거움까지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 감수성을 가져다주었다.


지금은 내가 진정으로 내 삶의 현장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진 사람 감수성이 내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땅에 살아있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이라는 과정이 좋아진 사람 감수성과 함께 나에게는 보다 깊이 있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흘리는 진한 눈물의 굵기만큼이나 나의 삶도 진해지고, 굵어진다.


그래서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내 이웃들이여! 당신과 함께 살아가니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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