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자 하는 나의 세계관 (2)

#2 이혼, 그렇게나 나쁜 짓인가요?

by 오묘

오늘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지인은 오래전 이혼한 한부모였다.

쉬쉬하며 나에게 귓속말로 조심히 고백하던 때를 기억한다.


어느 날 엄마가 지인분과 통화하던 것이 떠올랐다.

"서러워. 이혼하니 세상이 날 다 나쁘게 보더라. 외롭고 서러워."

한 맺힌 목소리로 울며 말하던 그분은 이혼보다 더 무서운 이혼 후의 세상에 절망했다.


나 또한 이혼을 준비 중이다.

큰 사유는 없다 싶지만, 자잘한 사유들이 내게도 있긴 하다.

경제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한 상황이 그중 하나였다.

살면서 둘 다 제대로 된 티셔츠 하나 마음대로 사 입지 못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어느순간 빚만 쌓였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하는 이야기가 오고 갈 즈음이면 의례 너만 그랬냐 나도 그랬다는 레퍼토리가 나왔다.

그랬었구나 하는 상대에 대한 측은지심 따위가 다 뭔가. 각자의 입장에서 괘심함만 묻어났다.

나의 희생이 더 많이 보였다.

나는 내가 더 소중했던 걸까?

어느 순간 살을 맞대거나 웃음 짓거나 하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도 서로의 눈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각자의 쉼을 필요로 했다.

어떠한 큰 계기도 없는 상태에서, 아주 잔잔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문득,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누군가에 의한 행복은 메마른 사막 한가운데 신기루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누군가에게 의지 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말이다.

나에겐 이 조용히 침식되고 있는 울타리를 깨부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고, 그리하여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동안 서로의 굴레에서 풀지 못한 실타래를 최대한 정리하고 나아가기로 했다.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

딱히 거창히 할 말은 없다.

불만이 있었지만 존중했고, 믿음이 깨어졌던 때도 있었으나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일들이었다.

나의 악착같음을 백프로로 쳤을 때 상대가 너무 부족했다 여기 지도 않았다.

다만, 서로의 눈동자에 빛이 사라졌다.

서로를 의지하거나 필요성을 따지지 않았다. 그러기엔 너무나도 각자의 생활에 충실했고,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그저 싸우지 않고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더 나아지는 길을 찾고 싶을 뿐이었다.

더 취할 이득도, 손해도 없이 그저 독립된 삶에 결혼 중에 책임은 나누어 지속하기로 하고 이혼 후의 각자의 삶을 응원하기로 했다.

비록 모든 것이 각자의 입장에 명료하지 않았더라도 순응하는 정도로 합의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황혼 이혼을 한단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나면' 이라는데, 그동안을 살아내는 것에 대해서 이혼이란 단어에 의지하고 기다리며 버티고 살아가는 것이란 얼마나 고귀한 일일까.

홀로서기에 두려움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회생활을 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 우리네 환경에 쏟아질 비난의 독화살에 난도질당하기가 두렵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를 위한 이혼인가를 생각하면, 아이가 있는데 그냥 살지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냉정히 아이가 '나'는 아니지 않은가.

아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혼도 아니다.

아이 본인의 상처는 아이들과 살아나가며 서로가 감내하며 보듬어줄 일이다.

그럼에도 아이조차도 비난의 독화살에 난도질당할 미래를 그려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부부 둘 만의 일에 불특정다수의 평가가 당연한 듯 이혼한 후의 삶을 결정하는, 큰 난관이 아닐 수 없게 된다.


내 주변만 봐도 다섯 중 하나 이상이 이혼한 상태이다. 그들은 마치 사회의 악인 것처럼 어머나? 또는 쯧쯧 하는 시선으로 보이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들 조차 언젠가는 선택에 기로에 충분히 놓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야만 한다.


여러 이혼의 사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이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유가 어떻든 그 사람 자체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지금, 당신의 가정은 행복만이 가득한가?

문제가 있지만 그럭저럭 살고 있다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가?

그러면서 이혼한 이들을 마치 난치병 환자들처럼 바라보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 말하고 싶다.

나의 짐을 대신 들어줄 것인가?

그저 그 어떤 관심도 가지지 말길.

그 어떤 평가도 하지 말길.



작가의 이전글자유롭고자 하는 나의 세계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