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 천양희
어제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
오늘은 어제가 된다.
추억이라 부를만한 것은 오늘 만드는 것이다.
오늘이 좋아야 어제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넘겨주며 움켜쥔 손을 펼 수 있다면.
그래서 사랑할 수 있다면.
자꾸 뒤를 돌아봐도 되도록
오늘을 채우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