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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별이 된 딸

나를 닮은 나무

by 비니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한 관목 한 그루. 보도 쪽으로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이 기울어져 있다. 겉보기는 멀쩡하나 속은 엉망이다.

가운데는 텅 비어 있고 한쪽은 갈색빛을 띠고 있는 모양새가 나를 닮았다.

사람들은 내가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는 줄 안다. 내가 딸자식을 먼저 보낸 팔자 꼬인 여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잘 웃고 잘 떠들고 잘 먹는다고 생각하겠지.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내가 슬플 때 더 웃는다는 사실은 잘 모를 거다.

하긴, 그게 뭐가 중요해. 그냥 내 상태가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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