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
내가 읽고 싶은 글을
내가 읽고 싶은 때에
내가 읽고 싶은 곳에서
읽고 싶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내 눈에 밟힌, 내 손안에 들어온
이 소중한 책이
마침 나에게 너무나 의미 있던 책의
작가님이 쓴 책이었을 때
이 책을 사야 했다
이 책을 만나기 위해
이 서점에 오게 된 것이고
이 감정을 오늘 느끼기 위해
내가 오늘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내 마음의 모든 감정이
완전히 다 투명해져 버리기 전에
희미해져 가는 사랑이라는 감각을
살려내라고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내 손안에 들어온 이 책을 사서
저 건물이 보이는 이 자리에 앉아서
이 책을 읽어야만 했다
신논현 사거리 한복판
건물과 차가 내뿜는 빛이 없어진 고요한 시간에도
내게 빛은 당신의 미소 하나면 충분했다
내게 빛은 당신의 미소 하나면 충분하다고
- 강송희 에세이,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