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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센스 May 01. 2023

과거는 과거에 두어야 하는 이유

재회 유경험자의 생각

지나간 인연은 과거에 두어야 한다.


지나간 인연을 다시 잇는다는 것은 마치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계속해서 나는 바뀌고 나아갔고, 상대방 역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이런 두 사람이 과거의 한 지점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는 것이다.


헤어지고 나서 시간이 많이 흘렀을수록 더 되돌아가서는 안된다. 이미 추구하는 지점, 살아가는 방식이 더 많이 달라져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연찮게 궤적이 겹치게 된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건 기적과도 가까운 일이다. 재회를 했다면  모든 것들이 맞아떨어져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억지로 다시 지난 연을 붙이려는 시도는 좋지 않다.


지난 연인과의 추억은 읽다 만 책이 아니라 그때 먹던 스콘이다. 다 먹어버렸든 먹다가 중간에 남겼든 이제 와서 그때 그 스콘을 다시 먹을 수는 없다.


아, 그때 그 빵이 맛있었지. 이런 촉감이었고 이런 맛이었지 하고 혼자 생각하는 것이 낫다. 같은 사람과 다른 시간에 같은 스콘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 그때 있었던 재료도 없고 서로가 기억하는 맛도 달라서 재현해 낼 수가 없다. 그런데 재현해 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그 스콘만 오롯이 재현해 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 먹어봤던 다른 스콘의 재료도 추가해서 더 완벽한 스콘을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과거의 연인에게 다른 재료는 더더욱 없다.


거의 비슷한 스콘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이미 다른 더 맛있는 스콘을 맛보고 나서 전에 먹었던 스콘에 만족하기가 어렵다.


과거의 인연이 읽다만 책이라면 그대로 펼쳐 다음 장을 읽어나가면 된다. 그런데 먹던 스콘이기에 이미 오래돼서 상해버린 스콘을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스콘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는 편이 훨씬 낫다. 어떤 맛일지 기대치가 없는 상태에서 나는 이런 재료가 있고 당신은 저런 재료가 있으니 우린 이런 스콘을 만들 수 있겠군요라고 상상해 보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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