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유경험자의 생각
지나간 인연은 과거에 두어야 한다.
지나간 인연을 다시 잇는다는 것은 마치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계속해서 나는 바뀌고 나아갔고, 상대방 역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이런 두 사람이 과거의 한 지점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는 것이다.
헤어지고 나서 시간이 많이 흘렀을수록 더 되돌아가서는 안된다. 이미 추구하는 지점, 살아가는 방식이 더 많이 달라져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연찮게 궤적이 겹치게 된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건 기적과도 가까운 일이다. 재회를 했다면 모든 것들이 맞아떨어져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억지로 다시 지난 연을 붙이려는 시도는 좋지 않다.
지난 연인과의 추억은 읽다 만 책이 아니라 그때 먹던 스콘이다. 다 먹어버렸든 먹다가 중간에 남겼든 이제 와서 그때 그 스콘을 다시 먹을 수는 없다.
아, 그때 그 빵이 맛있었지. 이런 촉감이었고 이런 맛이었지 하고 혼자 생각하는 것이 낫다. 같은 사람과 다른 시간에 같은 스콘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 그때 있었던 재료도 없고 서로가 기억하는 맛도 달라서 재현해 낼 수가 없다. 그런데 재현해 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그 스콘만 오롯이 재현해 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 먹어봤던 다른 스콘의 재료도 추가해서 더 완벽한 스콘을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과거의 연인에게 다른 재료는 더더욱 없다.
거의 비슷한 스콘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이미 다른 더 맛있는 스콘을 맛보고 나서 전에 먹었던 스콘에 만족하기가 어렵다.
과거의 인연이 읽다만 책이라면 그대로 펼쳐 다음 장을 읽어나가면 된다. 그런데 먹던 스콘이기에 이미 오래돼서 상해버린 스콘을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스콘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는 편이 훨씬 낫다. 어떤 맛일지 기대치가 없는 상태에서 나는 이런 재료가 있고 당신은 저런 재료가 있으니 우린 이런 스콘을 만들 수 있겠군요라고 상상해 보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