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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et Lounge Jun 07. 2021

압박 면접 대처하는 방법

내 인생 최악의 면접

취준생들에게 면접을 보는 회사란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고 나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영어 면접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해 후회가 남을 수도 있을 것이고, 면접 도중 시종일관 우호적인 분위기와 존중으로 회사에 좋은 인상을 받을 수도, 면접 보던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을 만큼 불쾌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회사를 운영하며 수백 명의 지원자를 만났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면접관이었고, 그들은 우리 회사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나에게 있어 모든 면접의 기본은 존중과 준비였다.


최종 면접을 맡은 나는 모든 면접에 앞서 지원자의 이력서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지원자들의 과거 회사들에 대해서도 리서치했다. 기본 질문은 비슷했지만 모든 지원자들마다 각기 다른 질문지를 준비했다. 지원하는 사람마다 배경이 다르고 성향이 다른데, 질문이 일관되게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너무 당연한 소리다. 면접 장소에 먼저 가서 앉아서 기다렸고 지원자들이 면접 장소에 들어서면 일어나서 명함을 건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OO 대표 OOO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원자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고, 지원자의 고민을 함께 나누었으며, 그들의 질문에는 성심성의껏 진솔하게 답변했다. 면접 준비가 많이 부족하더라도 실망하거나 답답하다는 표정이나 한숨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모든 지원자들이 면접 자리에서 진심을 다해 임한 것은 아니었지만 설사 그러더라도 면접이 끝나면 일어나 인사를 하고 배웅했다.


이러한 나의 면접에 대한 신조는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가.


28살, 수년간 타국 생활을 하게 되었다. 취업 준비를 했고 글로벌 기업에 면접 기회가 있었다. 실무자를 통한 1차 면접을 통과하고, 기업 대표를 통한 최종 면접을 앞두고 준비도 참 많이 했더란다. 긴장감을 안고 면접 장소에 들어갔다. 대표는 들어오지 않았다. 수분이 지나서야 등장한 싱가포르 국적의 남자 대표. 그는 한 손에 내 이력서를 들고 왔고, 면접에 늦어 미안하다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면접이 시작되었는데 질문이 이상하다. 이상함을 넘어 불쾌하다. 왜 내 전공을 비하하지? 왜 내 경력을 무시하지? 왜 내 말에 꼬투리를 잡지? 나는 이내 깨달았다.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이 기업에서는 성향과 대인관계를 테스트하고자 압박면접을 하고 있구나.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불쾌한 질문을 쏟아내는 그에게 대답을 할 필요가 없었다. 면접을 중단시키고 이력서를 돌려달라고 하자 그가 히죽거리며 답한다. 이력서? 이거 이면지에 인쇄한 건데?


이런 개나리. 혈압 오른다. 불쾌하기 짝이 없다. 이토록 무례한 인간이라니.


면접을 잘 보고 나오기를 바라며 1층에서 기다리던 남편을 보고는 이내 눈물이 터졌다. 슬프고 속상해서가 아니라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나왔다. 알고 보니 그 회사는 압박면접으로 해당 국가에서 아주 유명한 회사였다. 이유? 사람을 많이 상대하기 때문에 극한의 분위기를 만들어 지원자의 대응 자세와 임기응변을 테스트하기 위함이란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압박면접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무례한 압박면접이라니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흘렀다. 회사 대표가 된 나는 시간을 정해두고 면접을 보지 않았다. 지원자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 들었고, 지원자가 궁금한 점이 많으면 많은 대로 다 대답을 해주었다. 면접은 한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지만 그러면서 나는 지원자를 파악할 수 있었고, 지원자 역시 이 회사를 대표하는 나를 통해 회사를 조금이나마 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그 싱가포르 국적의 남자 대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 인생에 아주 치욕스러운 경험을 하지 않아 다행이었겠지. 하지만, 이렇게까지 모든 면접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이력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 단정한 옷차림을 준비했을 그들이 너무 감사하지 않은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모든 인연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요즘엔 압박면접 같은 구시대적인 면접을 보는 면접관 없겠지. 임원이랍시고 면접 보는 내내 팔짱 끼고 앉아 하품하는 면접관 없겠지. 이력서 몇 장이나 된다고 그걸 읽지 않아 이력서에 뻔히 있는 내용을 물어보는 그런 면접관 없겠지. 면접 준비도 하지 않아 뭘 물어봐야 할지 고민하고 앉아있는 그런 면접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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