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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et Lounge Oct 27. 2021

[직원면담 기록부] 팀장님 때문에 일 못하겠어요

누구나 동일하게 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지만, 직장 생활에 임하는 자세는 다들 다를 것이다. 직장 생활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가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승승장구해서 팀장 달고 임원까지 올라가고자 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월급 따박따박 받으면서 워라밸 지켜가며 편안한 직장생활을 하는데 만족하는 이도 있다. 성향이 다른 이들, 출근의 목표가 다른 이들이 한 곳에 모인 곳이 회사다. 그렇기에 회사 내에서 서로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없을 수가 없을 것. 팀장에 대한 가장 많은 면담 주제는 "팀장님 때문에 일을 못하겠어요"다.   

 

1. [나만 잘되면 돼] 형 팀장

여기는 흡사 방목 농장과 같다. 이 팀은 출근하자마자 각자의 노트북을 두들기며 업무에 돌입한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이 쭈뼛거리며 팀장에게 질문을 하지만, 팀장은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쁘다. 입사 후 얼마 동안은 부서 업무에 대해 상세하게 교육을 해주면 좋으련만, 팀장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

팀장은 말한다.

"저는 팀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서류제출을 앞두고 팀원 전체가 업무를 분배하여 진행한다. 팀장은 분배만 할 뿐 각자 파트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다. 팀원들은 고민에 빠지고, 각자 자신의 생각에 따라 오랜 시간을 들여 업무를 진행한다. 제출 기한이 임박하여 서류들을 취합해본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팀장은 말한다.

"내가 의도한 바는 이게 아니었다고!"


새롭게 생긴 신규 사업 기회에 팀 전체가 환호했다. 이 업무를 하게 되면 업무 능력이 향상되고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팀원들은 이 좋은 기회를 누가 얻게 될지 서로 기대를 하지만 내가 하겠다 손을 들지 못하고 팀장이 업무를 배정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팀장은 말한다.

"이 (중요한) 업무는 내가 맡을게, 내가 하고 있던 (자잘한) 업무들 A, B, C는 너희들에게 분배하겠다"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팀원들이 스스로 업무를 배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굳게 믿는 팀장은, 정작 필수적인 정보와 교육까지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팀원 양성에 소홀했다. 자율성을 너무 부여한 나머지 이 일은 나의 일, 그 일은 너의 일로 칼 같이 구분하며, 부서 내에서 발생하는 업무들에 대한 책임도 지려하지 않았다. 팀원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기본적인 업무 가이드와 교육을 제공하지 않고 내버려 둔 것, 업무 진행 시 업무의 목표를 설명해주지 않고 진행 방향 제시를 해주지 않은 채 그 결과에 대해 팀원들을 블레임 하는 모습, 나는 이것을 자율성이 아닌 팀장으로서의 책임 소홀과 팀원 방치라고 생각한다.


성과가 중요한 조직 생활이기에 팀장은 팀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해야 한다. 팀원들이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하고 서로 배우며 서로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부서는 크게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팀장은 호시탐탐 자신의 성장 기회를 모색하며, 팀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까지도 자신의 몫으로 남겨둔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성과를 팀장에게 빼앗겨 억울함을 겪어봤을 것이다. 자신이 만든 제안서를 팀장이 들고 가 사장 보고를 하고,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팀장이 자기의 것인 양 굴며, 팀장이 중요한 업무를 독차지하고 성과를 쌓는 동안 팀원들은 온갖 잡일들을 맡아서 해야 하는 그런 상황.


팀원들은 이러한 팀장의 모습을 보면서, 이 부서에서는 자신이 배울 수도 없고 성장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내 말만 잘 들으면 돼] 형 팀장

여기 척척박사가 한 명 있다. 나는 전지전능하며,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것을 경험해봤고, 내 생각은 옳고, 너의 생각은 틀렸다고 믿는 그런 팀장이다.


팀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개진할 기회가 없다. 모든 업무는 지시에 따라 진행이 되며,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의아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이의를 제기해볼 기회도 없이 묵묵히 업무를 수행한다. 팀원들은 의사 결정을 할 기회가 전혀 없다.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편하게 여기는 팀원들도 있겠지만, 진취적인 성향의 직원들은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업무에 큰 반감을 갖는다.


일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예전의 방식을 고집한다. 새로운 툴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수작업을 고수하거나, 외주를 쓰거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생하고 경험해봐야 실력이 는다"라며 굳이 팀원들이 야근을 하며 속된 말로 노가다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팀원이 실수를 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거봐라, 내가 말했지 않느냐"며 자신의 옳음과 팀원의 그름을 강조할 뿐, 실수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은 주려하지 않는다.  



3. [좋은 사람 증후군] 형 팀장

누구에게도 나쁜 소리, 싫은 소리 듣고 싶지 않은 팀장이 있다. 회피형 인간이다. A 팀원이 B 팀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 "나는 너를 이해한다, 네 말이 맞다"며 쉽게 동조한다. 반대로 B 팀원에게는 "A 가 원래 그러지 않느냐, 네가 이해를 해라"라며 이간질 아닌 이간질을 해놓고 본인은 좋게 좋게 해결했다고 굳게 믿는다. 윗선에서 업무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으면 "나는 그렇게 시키지 않았는데 팀원이 그리 하였다"라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한다. 실수나 잘못을 한 직원에게 정확한 지적과 가르침을 주려고는 하지 않고, 다른 직원들과 임원들에게 대놓고 흉을 보는 미성숙한 팀장들도 있다. 자기 주장 강한 팀원에게는 업무를 추가 배정하지 못하고, 평소 묵묵히 업무하는 다른 팀원에게 업무를 슬쩍 얹어주는 팀장도 있다. 넌 왜 하고 싶은 업무만 하냐고, 왜 협조적이지 못하냐고 지적을 하지 못하고, 마냥 성실한 직원에게 스리슬쩍 업무를 전가한다. 이 역시 팀원들에게 싫은 소리 하지 못하고 대책 없이 좋게만 해결하고자 하는 팀장의 무능한 모습이다.


부서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팀원들에 대해 팀장으로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려고 하는 노력이나 상황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보다, 자신은 좋은 사람이고 싶기에 상황을 모면하는 것을 선호하는 회피형 팀장은 결코 좋은 팀장이 될 수 없다.




여기 등장한 팀장들은 팀원들을 괴롭힌 것도 아니고 표면적으로 불이익을 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팀장 밑에서 일하는 팀원들은 배우는 것도, 성장하는 것도 어렵다. 스스로 익혀야 하고 기회를 스스로 찾아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시행착오를 겪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끌어주는 이 없이 조직생활에서 스스로 빛이 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신입 사원들과 주니어 직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각자 자기 역할을 아주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처럼, 존경받을 수 있는 팀장이 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자신이 팀장으로서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고, 팀원들과 부서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팀장으로서 팀원들을 두루 살피고 관리해줄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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