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8일은 코로나로 인해 3년간 열리지 못한 세계불꽃 축제가 열린 날이다. 그동안 너무 아무 곳도 가지 않아서였을까 파도 같은 인파를 헤치고라도 가고 싶었다. 어쩌면 불꽃보다 인파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20여 년 전 보다 불꽃놀이 장소에 접근하기 위한 교통수단도 더 나아져서 이번에는 9호선을 타고 동작역을 가기로 했다. 불꽃 뭐 멀리서 봐도 이쁘잖아 꼭 63 빌딩 근처여야 하는 것은 아녀 하면서 일행도 없이 혼자 동작역으로 고고 싱싱. 1번 출로 나와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나 두리번거리는데 어떤 여자분이 "저 택시 어떻게 타요?" 말투가 한국 사람이 아니다. 아.. 네 근데 어디로 가는데 택시를 타시려고요? 아, 정왕역이요. 정왕역? 나도 첨 들어본다. 하철이 지도를 보니 안산역을 지나야 정왕역이 나온다. 헉 이거 택시를 타고 가면 수억이 나올 거리인데 왜지? 여기서 4호선을 타면 되니 지하철을 타라고 하니 같이 온 친구가 지금 아파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 한단다. 아고야 이를 어째....... 아프다는 친구는 그날 아침에 코로나 백신을 맞았고 불꽃놀이 보러 가겠다고 결정할 때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서울 도착하고 나서 계속 토하고 어지러워서 움직이지를 못한다고 했다. 나도 그 지역이 생소하여 산책하시는 분에게 어디서 택시를 타야 하는지 여쭈어 보니 택시가 들어올 장소가 못돼서 500m는 걸어 나가야 한단다. 일행에게 설명을 하고 친구를 데리고 나가면 내가 택시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하고 친구 쪽으로 가니 음...... 상황은 매우 심각. 친구는 눈을 뜨지 못했고 계속 토를 한다.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님에게도 부담을 줄 것 같은 상황. 안 되겠다고 설명을 하고 119를 부르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고 하니 같이 온 친구들이 119 부르는 것에 동의를 했다.
119에 신고를 하니 환자의 증상과 나이 기저 질병 등에 대한 간단한 질문을 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119차를 보내주겠다고 한다. 문제는 불꽃축제 때문에 119가 빨리 도착하기 어렵다는 것. 어쨌거나 저 친구는 119를 타는 것이 가장 안전해 보이므로 무조건 기다린다고 했다. 119에서 계속 전화가 온다. 가까운 곳에 119차가 없어 용산 119에서 차가 출발했고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친절하게 상황 설명 해 주시더라. 오신다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괜찮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 잠깐에 든 생각이지만 누군가는 아파서 저러고 있는데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119와의 대화가 어린애처럼 좀 신기하고 그분들의 친절함에 감동 중이었다(정신줄 챙깁시다 신고자님!). 출동한 119 요원의 전화가 또 왔다. 1번 출구 쪽으로 접근이 어려우니 7번 출구 쪽으로 이동해 달라고. 내가 동작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니 이거 참 그녀들을 이끌고 그 거리를 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동작역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짐작이 가리라. 어쨌든 가야 하니 알겠다고 하고 지하철로 들어섰다.
나도 초행길이어서 다른 통로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내가 아는 것은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야 1번 출구에서 7번 출구로 갈 수가 있다는 것. 첨엔 벨을 눌러 해결을 했고 그다음에 교통카드를 찍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공익요원이 와서 뭔 일이냐고 묻는다. 이래저래 어쩌고 저쩌고 설명하니 그 공익요원 무전으로 어디다 상황 설명을 한다. 지하철 역무원에게 설명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공익요원이 나에게 이제 지하철역에서 이 사람들을 인계받았으니 걱정 말고 나보고 가도 된다고 한다. 와~ 너무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119 아저씨가 나에게 전화를 하는데 어쩌죠 하니 그러면 7번 출구까지만 같이 가자고 했다. 가는 도중에 119가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고 지하철 역무원도 나오시고 이제 정말 나는 가도 되는 상황이 되었다. 지하철 역무원과 119 요원을 서로 통화시켜 드리고 나는 빠이를 했다. 그러고 돌아서는데 베트남 친구 중 한 사람이 나를 부른다 전번 좀 달라고. 급하게 전화번호를 주고 나도 가야 할 길을 확인하니 돌아서 가는 것보다 같은 길로 가서 가까운 출구로 나가면 동작대교로 갈 수 있었다. 같이 가면서 보니 119 요원이 세 분이나 오셨고 환자 들것도 들고 내려오셨더라. 누구라도 보호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서 내심 참 기분이 좋았다. 물론 코로나는 특별한 방역체계 아래 관리되고 있어서 이기도 했겠지만 지하철 역무원이 환자를 대하는 것도, 그리고 그렇게나 빨리 교통체증을 뚫고 달려온 119 차량도 다 고마웠다.
오래전 잠깐 해외에 거주한 경험이 있어 더더욱 그들을 모른 체할 수 없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이 생면부지의 나를 도와주었고 나는 그것이 한없이 고마웠었다. 받았으니 기회가 되면 언제라도 돌려주어야 한다라고 늘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날 내 차례가 된 것이다.
며칠이 지나고 나의 전번을 물어본 투상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식이 궁금했는데 너무 반가웠다. 아픈 친구는 병원에서 적절한 처치를 받았고 그날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갔고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계좌번호를 달라고 한다.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하니 고마워서 돈을 주겠다고. 내가 옛날 친구들에게 고마웠던 그 마음이리라 하하하~~. 당신들이 별일 없어 내가 고맙소. 아니라고 괜찮다고. 그리고 그날 못 본 불꽃놀이 내년에 우리 꼭 같이 가서 보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올해 베트남 친구 4명과 함께 별일 없으면 세계불꽃놀이를 가게 될 것이다.
행복한 약속이다.
이제 두어 달 조금 더 지나면 불꽃놀이의 계절 10월이 온다. 투상과 그녀의 친구들은 별일 없이 잘 살고 있겠지 그리고 작년 불꽃놀이의 사건을 가슴 쓸어내리면서 추억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