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주를 기다려 도서관에서 "하미나"작가의 "잠수"라는 책을 빌려왔다. 책은 어쩌다 시리즈의 한 권으로 작은 책이었고 내용인 프다이빙에 대해서도 조금은 아는지라 두어 시간 만에 다 읽어 버렸다. 작가는 필리핀 보홀에서 프리다이빙 한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점들을 책 속에 풀어 두었다.
같이 프리다이빙을 하는 팀에서 해외 다이빙 투어를 갈 때 좋아 보이기는 했는데 그들의 떠들썩함이 그냥 같이 가고 싶다는 마음을 오히려 생기지 않게 했다.
일에는 때라는 것이 있나 싶다. Lee는 프리다이빙을 하지만 아직 자격증이 없는 초보인데 이집트 다합에 있는 일명 프리다이빙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블루홀을 그렇게 가 보고 싶어 했다. Lee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좀은 알고 있으니 가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허영에서 촉발된 것은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 책을 덮으며 Lee에게 문자를 했다.
일이 이리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내일 필리핀 보홀로 가는 밤 10:15분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어디 가서 한 달만 쉬다가 올까 하메와 자주 이야기 했다. 우리도 한달살이 해볼까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나의 소망을 자꾸 키워 왔나 보다. 그 한 달 살이가 어쩌다 보홀이 되었고 다이빙에 관심이 없는 하메와는 아쉽게도 같이 하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30년 넘게 열심히 밥벌이했고 근면에 성실까지 하였으므로 상을 주는 것으로, Lee는 작년 유난히 마음고생이 심했던 대한민국 선생님의 한 사람으로 겪었던 일들 보홀 바다 깊숙한 곳에 훌훌 남기고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살아오느라 쉼 없이 움직였던 나를 고요의 물속으로 끌어당겨오로지 내 몸뚱이가 나에게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그리고 오로지 나의 한숨으로 들어가서 숨이 한 줌 남아 있을 때 나오는 그 과정을 반복하며 나는 나에게 어떤 일이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해지는 여행을 앞두고 있다. 셀레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