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밥은 아니어도 찹쌀로 팥밥은 해 먹고 싶어 팥을 미리 삶는 정성까지 들여 밥을 했것만 밥솥을 열자 흑흑 눈물이 앞을 가리려 한다 "이거 죽이잖아" ㅎㅎㅎ. 늘 그렇다 쌀만으로 하는 밥이 아닐 때 물 맞추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소금 조금 들어간 찰밥은 맛이 있어 보름밥을 다 망치지 않은 것이 어디야 한다.
나는 현재의 4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 정도의 세대가 몇 가지 지점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학교 다녀오면 엄마가 집에 있었고 학폭은 있었어도 우리끼리 정리가 되었고 명절에는 한복으로 차려입은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세시풍속 중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 묵은 나물, 땅콩 호두 등으로 부럼 깨기를 했고 아이였지만 귀밝이 술도 한 모금 했으며 어떤 해에는 달집 태우기를 보는 귀한 경험을 한 적도있다. 동지 때는 어김없이 동지팥죽과 동치미로 그 절기를 제대로 음미하며 보냈다.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고 절기를 챙기는 엄마가 떠나가신 뒤에는 엄마가 그리운 것인지 어린 시절이 그리운 것인지 뒤죽박죽의 그리움으로 능력껏 보름밥과 동지팥죽은 챙기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