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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Feb 24. 2024

정월 대보름 챙기기

- 내 능력껏 해본다

오곡밥은 아니어도 찹쌀로 팥밥은 해 먹고 싶어 팥을 미리 삶는 정성까지 들여 밥을 했것만 밥솥을 열자 흑흑 눈물이 앞을 가리려 한다  "이거 죽이잖아" ㅎㅎㅎ.  늘 그렇다 쌀만으로 하는 밥이 아닐 때 물 맞추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소금 조금 들어간 찰밥은 맛이 있어 보름밥을 다 망치지 않은 것이 어디야 한다.


나는 현재의 4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 정도의 세대가 몇 가지 지점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학교 다녀오면 엄마가 집에 있었고 학폭은 있었어도 우리끼리 정리가 되었고 명절에는 한복으로 차려입은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세시풍속 중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 묵은 나물, 땅콩 호두 등으로 부럼 깨기를 했고 아이였지만 귀밝이 술도 한 모금 했으며 어떤 해에는 달집 태우기를 보는 귀한 경험을 한 적도 있다.  동지 때는 어김없이 동지팥죽과 동치미로 그 절기를 제대로 음미하며 보냈다.  


월이 이렇게나 흘렀고 절기를 챙기는 엄마가 떠나가신 뒤에는 엄마가 그리운 것인지 어린 시절이 그리운 것인지 뒤죽박죽의 그리움으로 능력껏 보름밥과 동지팥죽은 챙기며 살고 있다.  


이번 보름에는 곤드레로 묵은 나물 한 가지만 했다.  

완벽한 보름밥상은 아니어도 조금이나마 노력한 내가 기특한 날이다.


저녁엔 보름달이 두둥실 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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