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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Dec 05. 2023

청소기 줄이 남았잖아

한계를 두지 말자

평소와 마찬가지로 월요일 아침은 대청소하는 날이다.

날이 덥거나 춥거나 내 몸이 아프거나 해도 하는 날.

오늘도 남편, 아이를 다 보내고 귀에 이어폰 꽂고 노동요를 틀고 청소기 줄을 끝까지 뽑아서 젤 먼 끝방부터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

끝방은 거의 쓰지 않아서 먼지도 많이 없어서 청소기 코드를 거실에 꽂아 놓고 늘 선 닿는 데까지만 청소를 하고 나오곤 했다

오늘도 그렇게 청소를 하는데 제일 먼쪽 창문 밑쪽에 먼지가 있을 것 같아서 청소기를 좀 더 당기다가 늘 그렇듯 선이 안된다는 생각에 대충 한 바퀴 돌리고 나왔다.

어랏! 청소기 줄이 남았잖아

늘 팽팽해서 코드 꽂아놓은 콘센트가 떨어질까 싶어 더 당기지 못하고 항상 하던 부분만 하고 나왔는데 선이 충분히 남아있다.

사실 매번 보던 장면이었지 싶은데 오늘 따라는 그 남은 선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미리 단정 지어버리고 그어버린 선의 한계를 미처 살펴보지 못하고 아님 끝까지 당겨보지 못하고 그만하진 않았는지, 그러다 포기를 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좀 더 끝까지 한번 당겨볼걸 그럼 방의 끝부분까지 청소가 매번 가능했을 텐데 말이다.

출처:픽사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미리 단정 짓고 한계를 그어버린 일이 얼마나 많을까. 그래서 더 펼쳐보지 못하고 접어버리거나 멈추었던 일들이, 그렇게 흘러가버린 나의 기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에 잠긴다.

지금도 여전히 그냥 한 번 더 줄을 당겨보듯 일단 덤벼보는 것이 두렵고 걱정이 앞선다. 실패할까 봐 아니면 내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지쳐버릴까 봐 무서워서 시작조차 못한 수많은 인생들이 있었겠지.

나조차 뭔가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고 두려움이 더 큰데 나의 아들은 그러지 않길 바라고 그것을 또 미리 염려하는 게 오히려 나의 치명적인 한계가 아닐까 싶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모든 것에 한계 없고 무한한 상상과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의 생각들을 내가 미리 가두고 못 펼치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과도 같은 생각을 해본다.

나부터라도 작은 시도를 해보고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을 넘어 보는 노력을 지금부터는 해보려 한다. 청소기의 남은 줄처럼 내 인생도 내 생각도 어쩌면 내가 생각한 그보다 더 큰 어떤 한계와 가능성이 더 남아있어서 활짝 펼쳐지길 기대하며 일단은 열심히 남은 청소기의 줄로 청소를 해본다.

남은 줄 만큼 청소 범위가 좀 더 넓어졌지만 기꺼이 청소해 주리라.


나 자신에게 주는 격려의 말.
한번만 새로워지자. 딱 한번만.
한번했으면 한번 더 하자.
-정혜윤<아무튼,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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