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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Nov 24. 2023

크리스마스, 보고싶은 사람이 있어요.

많이 그립습니다.

"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벌써 설레게 하는 노래가 들려온다. 그저 음악하나 만으로도 마음이 설레고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오는 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15년 전 나 역시 연말 공연은 어떤 걸로 볼지 어떤 특별한 하루를 보낼지 기대하고 기다렸다.

2008년 12월 그날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12월 15일 아침 회의에서 여자차장님이 “해랑 씨 오늘 귀걸이 너무 잘 어울리고 이뻐” 칭찬을 하신다. ‘평소 관심도 없던 분이 무슨 일이지? 뭐 기분은 좋네’ 이렇게 시작한 아침은 하루가 좋을 것 같은 기대감 마저 들게 했다. 운수 좋은 날이었던 건지 손님도 그럭저럭 많지 않고 여유롭게 일을 하던 오전시간.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엄마 나 근무 중인데 왜?”

“해랑아, 아빠가 쓰러지셔서 엄마 지금 병원 와있어. 의식이 없으셔 “

전화기를 든 채 시간이 멈춘 듯 눈도 정신도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쓰러지셨다는 게 그냥 잠시 기절하신거겠지. 아침에도 나 회사까지 태워주고 이야기도 나눴는데.. 엄마가 그냥 많이 놀랐나 보다’


기계적으로 손님 업무를 처리해 주고 마감까지 다하고 나서 조금 이른 퇴근을 했다. 당장 생각나는 사람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남자친구 남편될 사람이 생각났다. 가봐야 했다.

“오빠 아빠가 쓰러지셨다는데 병원 좀 태워줘”

그때까지도 난 눈물도 나지 않고 걱정도 되지 않았다. 별일 아니라 여겼으니.

시간으로 짐작건대 남편은 바로 퇴근하고 엄청 빠르게 온듯했다. 차를 타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아직 아빠모습을 보지도 못했지만 그냥 그냥 소리 내서 엉엉 울었다. 10년 연애동안 내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본 남편도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그렇게 들어간 병원엔 중환자실 앞에 쓰러질듯한 모습의 엄마가 보였다.

아빠가 쓰러지셨는데 뇌출혈이 일어나서 뇌 수술을 두 번이나 연달아했고 중환자실에서 못 깨어나고 있으시다고 더 이상 눈물이 없는 듯 마른 얼굴의 엄마가 이야기했다. 결혼한 언니는 조금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고 남동생은 군대훈련소에 있어 엄마를 지켜줄 사람이 나뿐이다.

“엄마 수술도 했고 아빠 건강한 사람이니 곧 깨어나실 거야. 엄마 기운내야 해”

떨리는 목소리로 흔들리는 눈동자로 눈물을 참아내며 엄마를 다독였다.

하루에 두 번 주어지는 면회시간에 아빠를 보러 간 나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듣고 있을 거란 믿음으로 아빠를 불렀다.

“아빠 나왔어 일어나서 봐줘. 곧 언니도 온대. 우리 아빠 많이 힘들었나 보다. 조금만 쉬다가 눈 떠줘. 기다릴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9일 지난 24일 회사에서 크리스마스라고 케이크를 주셨다. 정신도 없고 감흥도 없지만 소원이라도 빌자며 엄마랑 촛불 켜고 케이크도 먹었다. 누구보다 가족을 끔찍이 사랑하던 아빠고 항상 자식보다 엄마를 더 사랑한다고 하시는 분이라 엄마 혼자 두고 절대 잘못될 일 없을 거라고 믿고 또 믿었다.

오래간만에 집에서 따뜻하게 자고 일어났다. 유독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미친 듯이 병원으로 갔다.

“오늘 넘기기 어려울 듯하니 부를 수 있는 가족은 다 불러서 보시게 하세요. “

그렇게 아빠는 12월 25일 다들 크리스마스로 들뜬 하루를 보낼 때 우리 곁을 떠나셨다. 쓰러지고 나서 한 번도 깨어나지 못하신 채.. 그때 아빠 나이 52.

체격도 건장하시고 감기 한번 안 걸리던 건강하신 분인데 너무 젊은 나이에 멀리 가셨다.

‘나는 절대 병원에 오래 누워있는 거 안 할 거야. 그냥 깔끔하게 가족들 고생시키지 않고 딱 갈 거야’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대로 가족들이 고생할 새도 없이.


매년 12월 25일 다가오면 마음이 시큰거린다. 쓰러진 그날 아침 따라 유독 환하게 웃으며 춥냐고 묻던 아빠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웃었던 것도 같고 어리광을 부린 것도 같고.

생이 있으면 사도 있겠지만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아빠의 인생이 안타깝고 가여워서 12월은 늘 나에게 조금 더 추운 계절이다. 어느새 15년이 흐르고 내 나이가 점점 아빠의 그 나이와 가까워진다. 아빠는 가족들을 두고 어찌 가셨을까. 눈뜨고 싶지 않으실 만큼 힘드셨던 걸까 이제 와서 후회와 한탄을 해본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가 매년 더 기다려지는 이유는 바로 떠올릴수 있는 아빠라는 존재때문이다.

있을 때 잘해야 된다는 말을 절실히 느끼며 오늘은 엄마한테 전화 한 통 더 해봐야겠다. 크리스마스 때 케이크 사들고 간다고 말이다.

종종 책상에 쪽지를 써주신 아빠.책상정리하라는 말씀^^


당신과 함께라서 내겐 늘
행복하고 고마운 시간이었어요
-김원‘봄날을 지나는 너에게’-


제목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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