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는 분명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보 나 듣고 싶은 수업이 있는데 할지 말지 고민이야”
“뭐든 해봐. 해보고 결과치가 없어도 해본 걸로 이미 나아가는 거야. 난 찬성”
브런치. 시작은 2년 전쯤 티비를 보다 전현무 님이 브런치를 쓰고 있는데 읽을거리도 많고 나의 소소한 이야기 쓰기도 좋다고 하는 걸 듣고 꽂혀버렸다. ‘뭐 어플 깔고 혼자 일기 쓰듯이 적음 되는 거네’ 이런 땐 실행력이 참 좋다. 시스템이 어떤지 작가 신청을 해야 되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그저 내 이야기 끄적일 공간이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간간히 담아 오고 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아이와의 대화, 어떤 날의 나의 기분, 불안함이 올 때 다잡아보는 글 이런저런 모든 걸 적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저 기록이고 일기였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평범한 일들을 써나가고 있었다. 내가 기록하고 내 돈으로 내가 책 하나 만들어보리란 생각으로 1년에 10편도 쓰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다가 발견한 은경선생님의 브런치 프로젝트! 사실 이 수업도 작가가 되고 싶다거나 팔자를 펴보고 싶다거나 하는 기대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퇴사 후 꽤 시간이 지나는 동안 가정에는 더 충실할 수 있었지만 직업을 잃어버린 나는 자꾸 머물러만 있는 것 같은 초조함이 간헐적으로 덮쳐왔다. 용기가 없어서 또는 실패할까 봐 시작조차 못했던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이번 프로젝트는 나라는 사람이 다시금 무언가에 도전하고 시작해 본다는 의미가 컸다. 그럼에도 잘하지 못할까 봐 돈만 날릴까 봐 고민의 고민을 하고 있느라 벌써 마감 전날이 되었다. 그때 우연히 마주친 운명적인 글귀를 발견했다.
행운은 시도를 해야 생긴다.
‘ 맞아. 나 시도도 하지 않고 벌써 못하면 어떡하지란 걱정부터 했잖아. 일단 해보는 거야 ‘ 바로 신청해 버렸다. 그렇게 쓰는 삶이 시작이 되었다.
수업참여만으로도 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란 기분이었고, 글을 쓰고 내 이름옆에 붙은 ‘작가’ 두 글자가 나를 다시 들뜨게 만들었다. 확신의 이과형으로 평생을 살면서 책도 그리 가까이 접하지 않고 읽는 거라고는 자기 개발서나 에세이가 전부였던 내가 글을 쓰게 되었다. 늘 혼자 쓰던 일기가 아니라 누군가가 읽어 보기도 하는 그런 글을 내가 쓴다니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처럼 설레고 신기했다.
지나가는 찰나의 풍경도 글감의 참고가 될 수 있으니 찍어두고 늘 듣던 노래의 가사도 달리 들리고 티비의 대사도 다 내 글의 일부가 되어 줄 것 같은 소중한 소재가 되고 있다. 읽고 쓰는 삶이라니 참으로 우아하다.
“엄마 글 쓰는 사람이야. 우리 가족이야기도 쓰고 엄마 이야기도 쓸 거야. 응원 많이 해줘” 아들에게 말하니
“오 멋있는데 ~엄마 글 나도 읽어보고 싶어 “라고 한다. 그러고는 그날 저녁 학원 마치고 오는 길에 축하 선물이라고 용돈으로 엄마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다 준다. 늘 무엇을 하든 내가 한다는 것은 지지하고 응원하던 남편도 얼굴에 생기가 돈다면서 “내가 해보라 했지~”라며 나를 응원해 준다.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동기들의 존재만으로도 글 씀에 있어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해 불안해만 하던 내 삶이 가치 있게 물들어가고 있다.
어떠한 그럴듯한 결실이 없더라도 팔자 확 펴는 행운이 설사 오지 않더라도 이미 나는 세 잎클로버의 꽃말처럼 행복을 만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소소하지만 분명 특별한 힘이 있는 한 줄을 발견하고 같이 공감하기 위해 지치지 않고 오래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