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M 쉼 Aug 16. 2024

걸음이 준 아픔

[걷다]

발뒤꿈치에서 피가 흐른다


발바닥이 퉁퉁 부어

굳은살이 박였다


신발을 벗자,


진하게 묻어나는

신발 자국이 발에 새겨져 있다



오랜만에 친구와 동네 근처에서 봄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새로 산 구두를 신고 멋을 잔뜩 부리고 나가서 예쁘게 사진을 찍을 생각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 앞에 펼쳐진 반듯한 길 옆에 아름다운 꽃들이 만연하게 피어 있었다. 그런 꽃길을 천천히 걸으며 사진도 찍고 행복해했다. 길가에 있는 작은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잠깐 산책이나 하며 걸을까?"라는 친구의 말에 그러자며 길가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누던 이야기가 끝이 없이 이어지자 아무 생각 없이 발길을 내디뎠고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우리 동네를 한참 벗어나 옆동네의 아는 시장까지 오게 된 것이다. 


시장으로 간 우리는 맛있는 길거리 음식을 하나씩 샀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몰랐다. 시간이 이 만큼 흘렀는지.  그런데 음식을 먹고 나서 시간을 확인하니 장장 2시간 이상을 그냥 걸어온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밤거리를 하염없이 걸어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왔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와 이야기하며 걸을 때는 잘 몰랐었다. 


그런데 신발을 벗고 집안 방으로 들어선 순간,  눈앞에 보인 발은 온통 발갛게 신발 자국으로 구겨져 있었다. 또한 발바닥에는 물집과 군살이 가득하며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 뒤꿈치를 확인하자 신발에 벗겨진 살에서 피가 흥건히 나고 있었다.


그제야 발이 혹사당한 아픔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나의 발을 본 순간, 웃음이 난 것은 왜였을까?










이전 07화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