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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쉼 Aug 12. 2024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걷다]

눈 덮인 산 길을 걸었다


골짜기 넘어 보이는

아찔한 낭떠러지가

안전한 스릴이 되고


눈 덮인 산의

고요하지만 평온한 모습이

나의 눈 안 가득 비쳤지



몇 년 전, 오랜만에 함께 어울리던 사람들과 스키장에 놀러 갔다.


어릴 적 스키장에서 스키를 정식으로 배웠고 대학교 때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종종 스노보드를 탔다. 운동신경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나에게는 이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므로 초보 코스에서 시작했다. 오랜만이었지만 예전의 감각이 살아나면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참을 타고 있었는데 함께 갔던 사람 중에 한 명이 초보코스에 이제 익숙해졌으면 중간코스를 타보자고 했다. 전보다 더 길어진 코스를 내려오는 스릴이 즐거웠다. 물론 거의 넘어지는 것이 없이 나는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왔다.


그런데 거의 갈 시간이 다 돼서 고급코스를 꼭 타봐야 한다고 사람들이 유혹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숲경관뿐만 아니라 코스가 다채로워서 스릴이 있다면서.


고급 코스를 처음으로 갔는데 평지를 타는 곳이 꽤 있었다. 그런데 좁은 평지를 지나가는 동안 우연히 옆을 보았는데 낭떠러지 같은 깊은 골짜기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공포가 생기기 시작했다.


평지이긴 했지만 조금만 미끄러져 옆으로 빠지면 골짜기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그물은 없다. 그러자,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코스에 내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 등골이 오싹하며 공포가 생기자 발이 후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잘 넘어지지 않던 내가 평지에서 조차 넘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몇 번을 넘어지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자, 마침내 결심을 하기에 르렀다.


걸어서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스노보드를 등위에 얹고 스노보드 신발을 신은 채로 꽤나 높은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스노보드 신발로 인해 무거운 발이 눈이 많아 푹푹 꺼지고 어깨에 얹은 스노보드가 귀찮을 만큼 무거웠다. 하지만 걸어오는 길이 나에게는 오히려 더욱 편안하게 느껴졌다.


물론 스노보드와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신나게 나의 옆을 이리조리 피해서 낭떠러지 옆을 아슬아슬 지나가는 것을 목격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곳을 내려오는데 30-40분이 족히 걸렸다. 


눈이 덮인 산을 안전하게 걸어 내려온 것에 안도감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그 산을 내려오는 동안 스노보드를 타고 앞만 보고 내려오느라 내 눈에 다 담지 못했던 다양한 눈 덮인 산의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며 내려올 수 있어서 좋았다.


걸을 수 있다는 게 천만다행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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