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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쉼 Aug 05. 2024

걷는 DNA

[걷다]

옳지 잘한다!

파이팅!

할 수 있어!

힘내!


어떤 말을 해도

가족이라서

진심이 더 깊이 느껴진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래서 우린 함께 걷는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다른 가족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들은 걷는 걸 꽤나 좋아했다.


엄마가 특별히 어렸을 때 나를 데리고 시장으로 가서 넓은 시장을 빙 둘러보며 걷기를 좋아했다. 덕분에 나는 지금도 시장에 구경 가는 것을 좋아한다.


아빠 회사에서 가끔 가족들과 함께 걷기 대회가 있으면 우리 가족은 꼭 참석하곤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들이 함께 주어진 거리를 완주한 후, 아빠 회사 구내식당에서 제공되던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은 일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것뿐만 아니다. 처음으로 산을 걸은 것도 부모님과 함께였다.


동네 어귀에 작은 동산이 있었다. 


작은 동산이었지만 굴곡이 꽤나 심했고 돌이 꽤나 많이 있었다. 그때 내 나이가 초등학교 1학년때였다. 


운동화도 신지 않고 가볍게 산책이나 하자고 시작했던 동네동산 걷기는 미끄러워서 넘어지지 않을까 조바조바하기도 했지만 산을 이리저리 타고 정상에 함께 올랐을 때의 그 쾌감을 알게 해 주었다. 


중도에 위험해 포기하려고 했던 순간도 있었는데 가족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서로 도와가면서 무사히 마치고 다소 어둑어둑하던 저녁에 하산한 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다"라고 말했었는데,  "재밌었어"라고 하던 내가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얼마 전, 제주도 가족 여행길에서 성찬 일출봉을 걸어 오르기로 갑자기 결정하였다. 


운동화를 신고 있었지만 치마를 입은 채로 걸어 올랐다. 함께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 보던 노을 지는 풍경의 제주도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은 지금도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별거 아닌 일이지만,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걷던 일상은 어릴 적 나의 친구들이 소풍이나 혹은 수련회를 가서 극기훈련을 할 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나를 꿋꿋이 끝까지 완주하게 만들었다.


이제 나이를 점점 먹어가면서 나의 체력도 점점 바닥이 나지만 기어코 걸어서 완주하고야 마는 의지는 부모님과 무수히 많은 시간 동안 단련된 생활에서 온 연습에서 비록 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국 부모님의 나에게 준 선물이 걷기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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