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학교와 집을 반복하는 뻔한 일상에 유일한 탈출구는 쉬는 시간 혹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누는 잡다한 수다였다. 특별히 쉬는 시간은 너무 짧아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걸으면서 나누던 단짝친구와의 수다는 집에 갈 시간을 잊게 만들었다. 가끔 부모님이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우리를 찾기 위해 서로의 집 주위를 돌면서 수다를 떠는 우리들을 창문 너머로 확인할 정도였다.
이성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학교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계획과 성적에 대한 압박 등등 아주 사소한 학급 이야기부터 미래에 대한 포부까지 우리들의 수다의 내용은 다양했다.
특별히 우린 걸으면서 이야기하는 걸 즐겼다. 가끔 휴일이나 시험이 끝나 모처럼 시간을 내어 동네에서 만나는 날에도 동네를 걸으면서 정신없이 이야기를 했다.
가끔 친구가 "다리가 아프니 이제 그만 앉아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라는 말을 하고 나서야 우리가 정신없이 이야기하느라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는 걸 알 지경이었다.
친구가 조금만 더 걸으며 이야기하자는 나의 말에 "또?"라고 말하면서 마지못해 나와 걸어주었었다.
그땐 똑같은 일상의 반복된 시간에서 걷는 동안은 빠르게 시간을 돌려 우리가 나누던 수다 속 우리의 바람이, 우리의 소망이, 우리를 어른으로 빨리 돌려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