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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쉼 Jul 26. 2024

걷다 보니 얻은 재능

[걷다]

준비!

출발!


전속력으로 힘껏 달려본다.



유치원 때 처음으로 학원이라는 것을 다니게 되었다. 피아노 학원이었다.


내가 갔던 곳은 동네 가정집에서 주부인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외였다.  피아노 학원이 있던 곳은 집에서 걸어서 25분 정도는 걸리는 곳이었다. 처음엔 엄마 손을 붙잡고 학원에 갔지만 나중에는 나 혼자서 갔다.


처음에는 그냥 무작정 앞만 보고 걸었다.


가끔 주위를 둘러보면 길거리에 나무와 전봇대가 있었고 양옆에 아파트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피아노 학원을 마치면 선생님이 주시는 간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같은 길을 다시 걸어 집으로 왔다.


지만 점점 횟수가 지날수록 똑같은 길을 매번 그냥 걷는 게 너무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느 날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걷다가 심심해질 때면 멈춰 서서 저기 보이는 전봇대까지, 나무까지 전속력을 내어 뛰어보는 것이다. 가끔은 빠르게 걸어보며 경주해 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뛰는 놀이를 했다.


이렇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어느 날 이렇게 한 나만의 놀이가 재능을 발견하게 할 줄이야.


유치원에서 갑자기 아이들 체력을 기른다며 달리기 시합을 시켰다. 유치원 주변이 아닌 동네 주변을 말이다. 나는 생각 없이 달렸다. 마치 평소에 내가 학원에 다니면서 하던 놀이처럼.


그런데 나는 다른 아이들과 격차를 한참 벌려 1등으로 달려 유치원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 이후에도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때까지도 학급에서 달리기 선수에 뽑힐 정도로 달리기를 꽤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걸어가는 길에 하던 놀이가 나에게 뛰는 놀이를 알게 해 주었고 그렇게 시작된 달리기가 오랫동안 빛을 발한 것이다.


달리기를 잘하게 된 이유를 물었던 사람들에게 자주 이때의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유치원 때 말이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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