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M 쉼 Aug 09. 2024

중요한 순간 앞에

[걷다]

고요한 불빛만 가득했다.


그 길을 조용히

그러나 맹렬히 걸었다.


가끔 밤하늘 위로 보이는 별빛만이

나의 작은 걸음걸음 위에 떨어져

나를 위로하고 응원했다.



인생에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열심히 나름의 준비를 해도 늘 긴장되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아 겁이 났다. 


미리 시험을 준비하는 마음에 풀어본 학습지 모의시험에서도 틀리는 문제가 많아졌다. 수개월간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는데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다시 공부해 보자고 틀린 문제부터 중요하다는 문제마저 복습해 보면서 나 자신의 방식으로 집중해서 공부해 보기 시작했다. 시간은 째깍째깍 흐르고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잠시 쉬자고 시계를 보니 저녁 12시가 넘었다.


나름 열심히 하는데도 점점 다가오는 시험날에 조바심이 났다. 


잠을 청해보려 해도 긴장한 탓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다시 일어나 책상 앞에서 시험문제들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마음이 불안해서였을까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가슴은 답답하고 마음은 초조해진다.


바람이나 쐬자고 밖으로 나왔다.


밤의 공기가 꽤나 차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정처 없이 동네를 홀로 걷기 시작했다. 답답한 마음을 식히려는 심상이다.


아무도 없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거리를 앞만 보고 걸었다. 


지나가는 거리에서 희미한 전봇대 불빛 만이 나를 온전히 비춰주고 있었다.


점점 속도를 내며 걷기 시작했다. 


다행이었다. 


답답한 마음이 찬 밤의 공기로 조금 시원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평온한 고요가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고요함의 정적이 생각이 많던 나의 머리를 평안하게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또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걷고 있는 동안, 이 밤, 이 새벽, 모두 잠든 사이에 나는 아직도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의 위로가 되었다.


무심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안에만 있어서 몰랐던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많은 별들을 동네에서 본 것이. 


그 이후에도 나는 시험을 준비하는 중간중간에도 가끔씩 나와 동네를 걸었다.  중요한 시험들을 준비할 때마다, 혹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집중이 되지 않고, 힘이 들 때면,  곧잘 밖으로 나와 무작정 걸었다.


걷기는 나에게 쉼이 되어준 것이다.



 

이전 05화 걷는 DN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