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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쉼 Aug 19. 2024

좋아지는 순간

[걷다]

운동화 끈을 잘 매어 본다

오늘도 어김없이 걷는 시작.


걷는 동안 내 눈에 담는 색다른 일상


계속 걷는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걷는 것이 좋다는 걸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냥 걸어야 하는 시간들이 내게 주어졌다고, 혹은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만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걷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걷고 있는 시간들이 행복하다는 진정 느낀 순간이 있다.


여행이다.


그중에서도 처음으로 내가 스스로 계획했던 유럽배낭여행은 걷는 즐거움을 알게 주었다.


유럽 곳곳의 나라들을 나의 발로 걸어가며 내가 알지 못한 이색적인 풍경과 다양한 풍광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내 눈에 담아 조금의 시간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그 당시 유럽배낭여행을 자주 했던 사람을 만났었다.


새벽에 운동화 끈을 조이며 나갈 준비를 마친 나를 보고 "아니 벌써 출발하려고?"라고 반문했는데 저녁 12시가 넘어 들어오던 나를 보고 자다가 눈이 동그래져 쳐다보는 그 사람의 말이 가관이었다.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유럽여행을 여러 번 했지만 너만큼 새벽같이 일어나 나가 자정이 넘어 들어오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도대체 무엇을 보기에 이렇게까지 오래 있을 수 있는 거야?" 라며 되묻던 그 사람에게 멎적어하며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많이 보려고요" 라던 내가 있었다.


당연히 여행이 좋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걷는 그 여행이 그때는 더 좋았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걸으면서 하나하나 내 발로 직접 걸으며 보고 체험할 때의 그 희열이 컸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최대한 오래 보자고.


꽉 찬 일정을 마친 후,  그날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잠자리에 들 때 하나하나 차근차근 내 눈앞에 아른 거리는 그 풍경들과 그 감격이 오랫동안 남아서도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걷는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렇게 걷는 게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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