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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쉼 Oct 15. 2024

반항아라 불리는 학생

열두 번째 인물

“붕붕붕~ 덜덜 덜덜~”

    

작은 오토바이가 소리를 내며 들어온다.


오토바이의 헬멧을 벗으니, 고등학생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보통의 까무잡잡한 얼굴에 보통의 큰 키, 다소 마른듯하지만 근육질 몸매. 보통의 눈과 꽤 높은 코, 작은 귀, 눈썹은 진하고 짧다. 쏘아볼 때 눈매가 날카롭다. 머리는 다소 짧으나, 머리 윗부분을 닭 볏처럼 세우고 헤어무스로 고정시켜 놓았다.     


어떤 부모가 자식이 고등학교 때 오토바이 면허를 취득하여 오토바이를 탈 수 있게 할까 싶다. 비록 작은 스쿠터 오토바이로서 소형면허가 있다 하더라도 나이가 되지 않아서 타서는 안 될 일이다. 또한 요즘 학생들에겐 전동킥보드가 대세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는 아는 형의 스쿠터를 몰래 타고 가끔씩 동네를 돌아다닌다.     


이 동네 고등학교에 다니지만, 그는 학교 공부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는 학교 수업 시간에도 책을 펴놓은 상태로 자주 졸거나, 창문 너머로 빈 운동장을 힐끔힐끔 응시하며 시간을 보낸다.


반 친구들은 그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 시비를 붙이거나 싸움을 걸어봤자 자신이 진다는 것을 안다.


그는 꽤 마른 체격임에도 불구하고, 꽤 큰 주먹으로 어릴 때부터 싸움을 곧잘 했었다. 어릴 적부터 배웠던 태권도가 크게 한몫을 했다. 그래서 반 친구들은 그와 시비를 붙거나 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눈치를 본다. 그렇다고 해서 남을 함부로 때리거나,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오거나, 남에게 함부로 시비를 거는 그는 아니었다. 의외로 정이 많아 친구들을 무심하듯 잘 챙기고, 학교친구들이 다른 친구들과 시비가 붙으면 도와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그를 은근히 좋아하는 남자애들도, 여자애들도 꽤 됐다.     


하지만, 그는 친구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그가 활력이 넘치는 시간이자,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수업은 체육시간이며, 평소 쉬는 시간에도 조용히 앉아서 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책상에 엎드려 낮잠을 자기 일쑤다.     


웬만해서는 학교 규칙을 어기는 편이 아닌 그지만, 학교를 마치면, 늦은 밤 옆 동네에 아는 형의 오토바이를 끌고 나가 바람을 가르며 오토바이를 달달달 거리며 타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여겼다. 그런 그의 일탈이 다른 친구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오토바이를 유일하게 빌려주는 동네 형에게만큼은 그는 학교의 규칙을 어기는 반항아였다.     


사실 이상하리만큼, 그가 오토바이를 타는 것을 집에서 모를 리가 없을 거라 여겼는데, 알고 봤더니 사연이 있었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한동안 그를 홀로 키웠다. 하지만 해외 건설업에 일하며 자주 출장을 가야 했던  아버지는 그를 위해서 새어머니를 맞이하기로 결정하였다. 쉽지 않은 선택에 그의 의견을 물었는데,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아버지 마음대로 하세요."  


결국, 그를 위해서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새어머니에게 마음을 좀처럼 주지 못했다. 그리고 새어머니도 이제 사춘기가 된 아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아버지가 해외로 출장을 자주 가기에, 새어머니도, 그도,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았다. 다만, 학교에 부모님이 불려 가게 되는 일만은 하지 않고 싶은 그인지라, 그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였는지, 사람들에게 정을 잘 붙이지 못하는 그였다.


"사귀자", "좋아해"라 오는 여자 친구들을 몇 번 만나보기도 했지만, 그저 진지한 관계를 위함이 아니라, 멋있고 싶어서, 인기 있고 싶어서, 자신을 사귀는 여학생들의 과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방 눈치채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았다.    


그에게 유일한 낙은 오토바이를 타고 밤거리를 달리는 것이었다. 고요한 순간에 느끼는 그 차가운 바람이 답답한 자신의 삶에 훈풍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그의 유일한 낙을 잃은 일이 발생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밤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배회하고 다녔는데, 동네에 우연히 학교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바쁘게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가 싸움에 휘말렸고, 오토바이를 타는 것을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들키게 된 것이다. 새어머니와 아버지가 처음으로 학교로 불려 왔다. 면허도 없이 오토바이를 몬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은 물론, 학교까지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이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받은 후, 유일한 낙이였던 오토바이 타기를 멈췄다. 하지만, 학교에서 정학처분을 받았다.     


그가 학교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자신이 도와준 친구가 자신을 위해 학교노트를 정성껏 만들어 오고 음식까지 가져다준다. 처음에는 그런 그 친구가 많은 부담이 됐고, 그래서 그 친구에게 퉁명하게 말했다.     


이럴 필요 없어.”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매일같이 자신을 찾아와 준 그 친구로 인해 마음의 문을 조금 열었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온 후에도, 그 친구와 자주 만나며 학교생활을 이어오는 그다.


자신과 많이 다른 그 친구지만, 관심에 없던 그가 학교에서 마저 나름, 공부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고, 사람에게 정을 조금씩 붙이기 시작했다.


오토바이를 즐기며 자신만의 비밀 낭만을 즐겼던 반항아의 기질을 잃어버린 그지만, 그게 나쁘지 않다고 느낄 만큼 지금이 좋다.


그 친구를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시선과 그 친구를 보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작은 미소가 번지는 그의 학교생활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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