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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쉼 Oct 23. 2024

열애설 없는 배우

B 컷 2

TV화면을 뚫고 나올 것 같은 비주얼이다.


큰 키에 다부진 근육질 몸매가 균형 있게 잘 잡혀 있다. 큰 눈과 쌍꺼풀이 짙은 눈매, 까무잡잡한 구릿빛 피부가 깨끗하다. 다소 짙은 눈썹, 오뚝한 코, 얇은 입술은 발갛다. 잘 정돈된 흰 치아. 머리를 제법 길고 단정하게 빗어 넘겼다. 머릿결이 부드럽게 바람에 날린다.     


이 동네에 얼마 전 이사 온 유명한 남자 배우다.     


요즘 이 동네에 고층의 고급스러운 신식 아파트가 생겼다. 그곳에 얼마 전 입주한 배우다.


그는 처음부터 배우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모델로 데뷔해서 모델 계에서 2-3년간 활동하다 인기를 끌어서 신인배우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워낙 훤칠하게 잘생긴 미모와 탄탄한 몸매, 그리고 수줍은 듯, 다소 순진한 미소를 보이는 그의 모습에, TV 화면에서 조차 그는 빛났고, 신인배우로서 단시간에 인기를 끈 남자 배우가 되었다.


과히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인기를 끌어 그는 얼마 안 가 주연배우의 자리를 꽤 차고, 드라마와 영화에 종횡무진하며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으로서 유명한 배우가 된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젊은 시절부터 시작한 연기 생활이 이제 10년 차가 되었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큼 연예계에서 자주 일어나는 열애 스캔들에도 그에 대한 스캔들 기사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깨끗하고 단정한 이미지의 그를 많은 여자들이 좋아했다.


이제 제법 나이가 있는 그지만, 아직 그러다 할 그 흔한 열애설도 없다.     


얼마 전부터 이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동네에서 지나다니는 이 배우를 봤다는 목격담이 들려왔다.      


모자를 푹 쓰고 마스크를 쓴 채로 조용히 동네를 걸어 다녔어. 멀리서 봐도 딱 잘생긴 모습 그대로라니까.”     


그를 봤다는 목격담을 듣는 일이 동네에서는 특별한 순간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동네 신축 고급 아파트 주변은 이 배우를 보려고 기다리는 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곳이 됐다.

     

사람들 중에는 아직 엄연한 도시도 아닌, 이제 고급 빌딩이 막 들어선 이 동네로 갑자기 이사 온 그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날, 그를 태운 검은 승합차가 평소와 다름없이, 아파트 주변을 나와 바쁘게 팬들 앞을 스쳐 지나간다.      

 

제법 그와 비슷한 나이 때의 여자 한 분이 꽃을 들고 서 있다. 물론 이런 장면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젊은 팬들이 많았다.     


그를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던 젊은 팬들이 말한다.     


"아니 왜 이런 동네로 들어온 거지? 잘 나가는 배우라서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다른 배우들도 다 사는 잘 아는 도시로 갔어야 하는데... 하여튼 특이한 외계인이야."     


그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그 배우와 비슷한 연령의 그 여자 팬이 조심스럽게 그들의 말에 끼어든다.     


"혹시 첫사랑 때문일지도 몰라요."     


갑자기 자신들의 대화에 끼어든 여자가 몹시 못마땅한 얼굴이지만, 연애설도 없는 배우의 첫사랑이라는 말에 솔깃해지는 젊은 팬들이 묻는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자, 자신이 데뷔 초부터 그의 팬이라는 그 여자가 데뷔 때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했다던 그의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학교 때 만났던 여자가 이 동네 출신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첫사랑이라고 이야기했었는데..."     


그러자 솔깃한 젊은 팬들이 묻는다.     


"그럼 그 사람 만나려고 여기로 이사한 거예요?"   

  

그녀가 당당히 말한다.


"그건 아닐 거예요. 그가 자신이 연예인으로 데뷔하기 전에 그녀가 결혼했다고 했거든요."     


그들이 김 빠진 얼굴로 바쁘게 그녀를 지나쳐 자신의 집으로 가기 위해 발길을 옮긴다. 그녀가 자신을 스쳐 빠르게 가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렇게 유명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팬들과 동네에 자신을 보러 온 팬들에게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은 유명 배우가 꽁무니도 보이지 않고 자취를 감추는 새로운 풍경이 이 동네에 연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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