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까무잡잡한 피부에 보통의 큰 눈, 쌍꺼풀 없는 눈에 제법 작고 달걀형 얼굴. 코는 오뚝하고 입은 작다. 마른 몸매에 나름 볼륨감이 있다. 키는 보통인 편이다. 쌍꺼풀 없는 눈이라 다소 동양적으로 생겼다고 생각되는데 나름 볼륨감 있는 몸매라서 인지 모르지만 꽤나 서구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녀는 이 동네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오랫동안 이 동네에 정착해서 나름 오랜 세월을 이 동네를 지킨 집안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할아버지 세대가 같이 사는 대가족이다. 물론 이게 그녀의 나이에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녀의 친구들 중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친구들이 많지 않다.
그녀의 아버지는 작은 공장에서 일하시고 어머니는 평범한 주부다. 그녀에게는 1명의 남동생도 있다. 남동생은 그녀와 달리, 성격이 제법 조용해서 부모님의 속을 섞이는 일이 없었다. 그녀라고 특별히 말썽을 부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제법 화통한 성격의 그녀라, 주변에 친구들이 제법 있었고, 그녀는 꽤 사교적이었다.
이 동네에 오래 있다 보니, 이 동네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디에서 노는 게 좋은지, 또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또 어디 가야 젊은 사람들이 몰리는지, 동네를 너무나도 잘 파악하다 보니, 최근에 이사 온 친구들에게 그녀는 소식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동네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너무 익숙한 곳이다. 그래서 그녀는 늘 밖으로 나다니고 싶어 했다. 대학교를 가면 동네를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집 근처 대학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대학교에서 다른 지역에 온 친구들과 어울리며 최대한 멀리 이 동네를 떠나 노는 것을 즐겼다.
도시로 나가 사람들과 클럽에서 춤을 추고, 사람들을 만나는 걸 즐겨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고, 대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그녀는 벌써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동네를 벗어나고, 자신의 집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결혼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녀다.
그러자 주변의 친구들과 미팅도 하고, 클럽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낭만포차에 방문하여 도시 남자들과 자연스럽게 사귀어 자신의 동네에 벗어날 결심을 하기로 한다.
그렇게 시작된 배우자 찾기는 처음부터 성공적이지 만은 않았다.
처음에 사귀게 된 사람은 클럽에서 마음껏 춤을 추며, 자신의 매력을 뽐내던 모델지망생이었다. 그녀는 그의 외모가 마음에 들었다. 자신과 다르게, 짙은 쌍꺼풀이 있는 눈과 다비드 상 같이 큰 키, 조각몸매를 한 그 남자의 잘생긴 외모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사귀는 남자이다 보니 애착도 컸고, 서로 통하는 게 제법 있었다. 도시적인 미가 강한 그도 사실은, 이 도시에서 한참을 떨어진 다른 도시 근교 동네에서 온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가 비슷하듯, 다른 매력에 끌려, 데이트를 하며 결혼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와 인연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가 모델지망생이었기에 그와 결혼을 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그때 당시 모델이 데뷔하는 게 쉽지 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그는 그녀와 만나고 얼마 안 돼, 한 기업에서 운영하는 모델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고 모델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초짜였다. 또한, 모델이 일찍 결혼하게 되면 일이 끊기는 모델계의 태생에, 그녀가 그가 모델로 성공하여 돈을 잘 벌 때까지 그를 기다리는 일은 자신의 바람인 이 동네를 빨리 벗어날 수 없는 일인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그와 사귀는 중에도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서 도시를 방황하며 포차와 클럽에 나갔다. 그때, 우연히 클럽에서 만난 한 사람이 그녀에게 소개팅을 주선한다.
"나 이런 거 함부로 안 해줘. 이게 얼마나 좋은 자리인 줄 알아?"
어리둥절해하며 그녀가 묻는다.
"진짜 좋은 자리예요?"
그 사람이 당당하게 말한다.
"요즘,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의과대학 학생과 못 사귀어 안달이야."
그녀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자, 그 사람이 이것도 몰랐냐는 듯 말한다.
"자, 생각을 해봐. 의사가 되고 나면 돈은 당연히 많이 벌지. 그리고 그 돈 누가 쓸 거 같아? 그 사람이? 아니, 그의 아내 될 사람이 다 쓰는 거야. 왜냐? 그 사람 일하느라 돈 쓸 시간이 어딨어? 그러니 여자로서 남편 제약 별로 안 받고 편안하게 돈 쓰면서 살 수 있고. 주변에서 "의사 사모님"이라고 대우까지 해 주니, 이것만큼 좋은 게 어딨냐?"
그러더니 못마땅한 듯 한마디를 붙인다.
"사실, 너한테 별로 소개해 주고 싶지 않은데, 얼마 전 우연히 너를 봤나 봐. 그 남자가. 너 마음에 든다고 소개해 달래서 하는 수 없이 하는 거야."
그녀는 결국, 그 남자와 소개팅을 하게 되었고, 그 사람 말처럼, 그 남자는 그녀를 꽤나 마음에 들어 했다. 이제 인턴만 끝나면 의사가 될 수 있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그는, 그녀가 있는 동네에서 한참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있었다. 그는 지금 당장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
그와 만나고 돌아온 그녀는 생각이 많았다. 사실 모델 일을 시작한 남자친구와 헤어진 상태도 아니었다.
요즘 들어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가 모델 일로 바쁘다 보니, 같이 만날 시간도 없었지만, 모델이라고, 요즘 밖에서 얼굴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소문이 나 주변에 퍼지면, 모델일이 끊기기 때문이다. 그러다 서원해진 관계에서 나타난 새로운 복병인 이 사람이 그녀는 싫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모델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러자, 그가 갑자기 자신의 동네를 수소문해 찾아왔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의 집안사람들도 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다.
"미안하지만, 우리와 인연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몇 달 후, 그녀는 소개팅 한 남자인 의사와 결혼해서 이 동네를 떠난다.
이 동네를 떠나는 날, 그녀는 그녀를 보내는 가족들의 눈물 뒤에도, 웃음이 떠나가지 않는 모습으로 도시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보란 듯이 예쁜 드레스를 입고, 행복해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 동네를 떠났다.
그 후로 오랫동안, 그녀는 이 동네를 다시 찾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