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4-1

by 이소냐

고통이란 것은 뜻밖에 익숙해지기 쉬워서, 그 강도를 천천히 늘여가면 사람은 어떻게든 견디는 법이다. 남자의 고통이 시작된 것은 어느 스무 살 여름, 첫사랑을 잃고 난 후였다. 여느 때처럼 시작된 데이트가 그의 서툰 행동으로 사랑의 종지부를 찍게 되면서 그는 머리가 깨질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 고통은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고 또다시 떠나가도 조금씩 강도를 더하기만 할 뿐 사라지진 않았다. 어쨌든,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이제 자신의 두통을 종종 인식할 뿐이었다. 다섯 번째 사랑이었고, 이미 사랑이라고 하기에 그는 너무 많은 생각을 행동에 앞서고 있었다.


"어서 오라니까!" 그의 두통에 대해선 까맣게 모르는 철없는 연인은 그를 끊임없이 재촉했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몇 번씩 말했잖아. 당신 필요한 게 있으면 사주겠다고!" 그의 서른 살 생일은 그렇게 축하를 앞두고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도 그가 필요한 건 딱히 없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어떤 물질을 바라기보다는 세상에 큰 변화가 없기를 바라며 살고 있었다.


"잠시 나갔다 올게." 그는 정신없이 물건을 고르고 있는 연인을 두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첫사랑을 잃었던 바로 그 여름. 바로 그날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는 두통을 느꼈다. 일상에 지진이 일어나는 아픔. 그는 가게 앞 벤치에 앉아 소란스럽게 돌아가는 가게의 진열장을 바라보았다. 호들갑을 떨며 쇼핑에 여념이 없는 그녀와 점원이 꼭 티브이 속 희극배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두통- 그는 눈을 꼭 감았다. 무겁게 앉은 의자가 한쪽으로 기우뚱,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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