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에서 잊을 수 없었던 3가지
내가 하얼빈에서 있었던 시간은 3개월 남짓뿐이 되지 않지만, 그 3개월의 시간은 10년이 지나도 선명하게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물론 3개월의 하루하루를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하얼빈에서 느꼈던 공기, 까만 밤에 수놓아진 별들, 10명도 안 되는 한국인 유학생들에 현지 중국인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던 기숙사 방이 한 장면장면처럼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그 추억 속에서도 아직까지도 하얼빈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빠지지 않는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침마다 아침 점호를 하면서 구보를 뛰었던 것
명확한 이유는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최근 중국 친구들과 소통했던 것을 토대로 유추해 보자면 중국 사람들은 건강을 관리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몸이 안 좋다고 하면, 예를 들어서 몸이 차거나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차가운 속성의 과일들이나 야채들을 알려주면서 이런 음식들은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들을 먹으라면서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줄줄이 추천을 해준다.)
아무튼 수업이 시작하기 전 아침 6~7시쯤으로 기억한다. 학생들을 깨우는 사감 선생님들의 소리에 눈만 겨우 떠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옷을 갈아입고 운동장에 모인다. 그리고 다 모였다 싶으면 점호를 시작하고 천천히 구령에 맞춰서 운동장을 2바퀴 정도 뛰었다.
당시에는 너무 귀찮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졸리기도 했던 시간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아침을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눈뜨고 기계처럼 출근 준비를 하고 부랴부랴 나가는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가끔 그때의 시간들이 그리워지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잊을 수 없는 하얼빈의 꿔바로우
어쩌면 내 기억의 미화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때 하얼빈에서 먹었던 꿔바로우의 맛은 중국 어디를 가서 먹어 보아도 그 맛이 나지 않았다.
학교 뒤에서 파는 허름한 가게였는데, 겉은 바싹 튀겨지고, 속은 쫀득쫀득한데 보라색 소스가 새콤달콤한 맛을 내어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처음 한국 친구들 손에 이끌려 갔을 때에는 가게도 허름하고, 포장도 허름해서 진짜 맛있을까 싶은 마음이었는데, 한번 먹고 난 후부터는 내가 오히려 친구들 손을 이끌고 먹으러 가자고 조를 정도였다.
심지어 그때에는 가격도 싸고, 130도 안 되는 환율이라 저녁 급식이 맛이 없을 때에는 학교를 몰래 빠져나가 한 가득씩 사서 들어오고는 했다.
그 맛이 그리워서 중국 출장을 갈 때에도 한 번씩 꿔바로우를 찾아보지만, 그 맛은 지금은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된 것 같다.
세 번째는, 다 같이 DVD 영화 감상
넷플릭스도 스마트폰도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그때 우리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었던 놀이는 다목적실에 모여 DVD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다목적실이라고 불리는 곳에는 노래방 기계, DVD 기계, TV 등이 있어서, 주말에도 가족에게 가지 못 하는 유학생들이 다 모여서 시간을 보냈었다.
주말 아침에 버스를 타고 시내에 있는 DVD 가게에 들러 다 같이 보고 싶은 DVD를 몇 가지 골라 구매하고, 시내에서 식사와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기숙사로 돌아와 우리는 다목적실로 향한다.
약간은 추워서 따뜻한 담요 등을 가지고 가서 옹기종기 모여서 DVD를 보고 수다를 떨고 했던 시간들, 이제는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OTT,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시간들이 더 많아졌기에 춥지만 따뜻했던, 지루했지만 즐거웠던 그 감성을 느끼기에는 어려워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짧은 시간 속에서 기억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던 하얼빈 라이프, 첫 시작을 그곳에서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