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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Oct 16. 2021

책방에서 낮잠을 자는 팔자

건강하고 씩씩한 마음은 귀하니까 잘 붙잡아둬야지.

씁니다, 서점일기! #씀씀장구


지난 9월 8일은 망원동에 위치한 동네서점, 작업책방 씀의 (계약)1주년이었습니다. 펜데믹 속에서 기어이 책방을 열고, 이렇게나 미래적이고도 희망적인 시공간이 존재하다니 자조하다 보니 1년이 순식간에 가버렸네요. 아무래도 저희는 이런 나날들이 각자의 인생에 짧은 해프닝으로 그치기보다는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저런...) 서점에서의 날들을 기록으로 붙잡아 두면 책방의 수명도 길어질까요? <작업책방 씀>이 ‘씀씀장구’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름의 한가운데에서부터 일기를 하나씩 공개합니다. 도무지 비슷한 구석이라곤 없는 두 작업자의 같은 하루, 다른 일기를 즐거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21년 8월 1일

작업자 2호 혜은의 일기


오늘은 제법 고요한 하루였다. 낮에 빠르게 손님들이 다녀가서, 오후는 거의 무료한 시간으로 채워졌다. 6시 20분쯤엔 너무 졸려서 수유의자에 기대서 40분 정도 자버렸다. 40분이나...! 책방에서 낮잠을 자는 팔자만큼 남들이 보기에 상팔자도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그냥 웃긴다. 아주 틀린 짐작도 아니어서. 책방을 하는 게 더는 생애 다시없을 모험이라든가, 치기어린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나는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자신이 운이 좋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나름 노력도, 성실도 한 인간이니까. 내 삶은 조금씩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궤도를 틀어가지 않을까?


오늘처럼 생각이 다소 낙관적으로 기우는 날엔, 자신감이 생긴다. 나는 절대로 스스로 불행해지진 않겠구나, 하는. (그럼 지나간 무수히 많은 비관의 날들은 어떻게 설명하나 싶은데, 그때도 진짜로 상황이 나빴던 적은 없었다. 단지 그런 못난 마음들에 잘 끌려 다닌 시절이 있었다. 어린 내게 그런 비틀린 마음들이 어떤 매력으로 느껴졌을지도...)


건강하고 씩씩한 마음은 여전히 귀하니까 잘 붙잡아둬야지.


오늘 퇴근길엔 한강을 따라 걸어가야겠다.


오늘 팔린 책: 『수어: 손으로 만든 표정의 말들』


그리고, 미화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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