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렇게 굴러갈 수 있는 거지? 가끔 내가 신기하고 조금 대단하다.
씁니다, 서점일기! #씀씀장구
지난 9월 8일은 망원동에 위치한 동네서점, 작업책방 씀의 (계약)1주년이었습니다. 펜데믹 속에서 기어이 책방을 열고, 이렇게나 미래적이고도 희망적인 시공간이 존재하다니 자조하다 보니 1년이 순식간에 가버렸네요. 아무래도 저희는 이런 나날들이 각자의 인생에 짧은 해프닝으로 그치기보다는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저런...) 서점에서의 날들을 기록으로 붙잡아 두면 책방의 수명도 길어질까요? <작업책방 씀>이 ‘씀씀장구’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름의 한가운데에서부터 일기를 하나씩 공개합니다. 도무지 비슷한 구석이라곤 없는 두 작업자의 같은 하루, 다른 일기를 즐거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21년 7월 28일
작업자 2호 혜은의 일기
특별한 이벤트 없이도 괜찮은 요즘. 평온한 날들에 더 감사하게 된다. 무사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사실 코로나 이후로 이만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거의 기적이다. 어떻게 이렇게 굴러갈 수 있는 거지? 가끔 내가 신기하고 조금 대단하다.
세계는 누수 되고 있는지 몰라도, 내 일상은 누수 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게, 어찌 보면 서늘한 심정을 만들기도 하지만... 코로나 좀 끝났으면 좋겠다. 방역단계를 격상한 효과가 제발 나타나기를. 이 시절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아직까지는 제법 튼튼한데, 점점 지쳐갈까 봐 무섭다. 마음이 약해지려 할 땐, 내 뒷자리에서 자신의 최애를 보며 행복해하는 사랑스런 동료 미화리를 생각해야지.
오늘 팔린 책: 『술과 농담』 『우리 세계의 모든 말』 『수어: 손으로 만든 표정의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