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인생이기를
씁니다, 서점일기! #씀씀장구
지난 9월 8일은 망원동에 위치한 동네서점, 작업책방 씀의 (계약)1주년이었습니다. 펜데믹 속에서 기어이 책방을 열고, 이렇게나 미래적이고도 희망적인 시공간이 존재하다니 자조하다 보니 1년이 순식간에 가버렸네요. 아무래도 저희는 이런 나날들이 각자의 인생에 짧은 해프닝으로 그치기보다는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저런...) 서점에서의 날들을 기록으로 붙잡아 두면 책방의 수명도 길어질까요? <작업책방 씀>이 ‘씀씀장구’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름의 한가운데에서부터 일기를 하나씩 공개합니다. 도무지 비슷한 구석이라곤 없는 두 작업자의 같은 하루, 다른 일기를 즐거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21년 7월 24일
작업자 2호 혜은의 일기
요즘 들어 정시 퇴근이 잦다. 아주 좋군! 초저녁 같은 하늘을 보며 퇴근을 준비하려니 하루가 아주 길게 남아 있는 기분이다. 물론 집에 일찍 간다고 평소보다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시시하고 무용한 일들을 더 길게 누리는 정도...
오늘은 출근하자마자 언니랑 ‘계속 쓰는 삶’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언니가 언니만의 방식으로 출간의 기쁨을, 작가로서 이어질 나날들을 반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라는 게 결정적인 한방, 극적인 선택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언니를 보면 사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인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로서도 스스로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책방주인이 된 이 결과가 내 주변인들한테는 대단히 놀라운 일도 아닌 것처럼. 최근 발견한 18살에 쓴 어느 날의 일기에 “북카페 주인이 되는 날까지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라고 써 있었듯이. (찰나라도 이런 미래를 꿈꿨다니. 전혀 기억에 없는 일이라 믿기지 않는다)
아무튼! 나는 미화언니가 언제까지나 작가로서 지내는 삶에 굉장히 잘 스며들 것 같다. 그 길에서 느끼는 고통조차도!
오늘 팔린 책: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