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실력에서가 아니라 선택에서 나온다.”
지난 9월 8일은 망원동에 위치한 동네서점, 작업책방 씀의 (계약)1주년이었습니다. 펜데믹 속에서 기어이 책방을 열고, 이렇게나 미래적이고도 희망적인 시공간이 존재하다니 자조하다 보니 1년이 순식간에 가버렸네요. 아무래도 저희는 이런 나날들이 각자의 인생에 짧은 해프닝으로 그치기보다는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저런...) 서점에서의 날들을 기록으로 붙잡아 두면 책방의 수명도 길어질까요? <작업책방 씀>이 ‘씀씀장구’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름의 한가운데에서부터 일기를 하나씩 공개합니다. 도무지 비슷한 구석이라곤 없는 두 작업자의 같은 하루, 다른 일기를 즐거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21년 7월 23일
작업자 2호 혜은의 일기
청소년 소설 쓰기 클래스가 다시 이틀 앞으로 다가왔고... 벌써 마지막 회차다. 그래도 이 클래스 덕분에 반쪽짜리 (실은 반의 반) 장편이라도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어젯밤 TV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본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는 이런 대사가 있었다.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실력에서가 아니라 선택에서 나온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볼드모트와 해리를 비교하며 하신 말씀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본 2002년의 혜은은 알았을까? 애매애매한 재능을 갖고 오늘에 다다르기까지 내가 한 선택들이 얼마나 뜻밖의 결과들을 만들어 낼 것인지를.
늘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지내왔다. 지금의 나는 솔직히 잘하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다만 딱히 잘하는 것 없이도 내가 들어서야 할 골목들을 잘 선택해온 것 같다. 앞으로도 이만큼의 나로도 내게 좋은 선택들을 하며 살고 싶다. 누군가 내게 그래서지금 뭘 제일 잘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이제는 (적어도 일기를 쓰는 이 순간만큼은) ‘선택’이라고 답할 것 같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름에 소설을 쓰기로 한 건 잘했다. 완성을 목표로 계속 가보자. 이 선택으로 인해 소설 쓰는 내 모습이 조금씩 선명해질 수 있도록.
오늘 팔린 책: 『소설 보다 : 여름 2021』,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