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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Mar 26. 2017

[베를린 살이] Schön ist die Jugend

청춘은 아름다워라_헤르만 헤세

<늘 자신했던 그대로 살아갈 순 없지만, 내가 나일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지는 순간은 잊지 않고 찾아온다. 마음이 얽히고설키는 틈에도 마주치는 그 반짝임이 지금 당장 내 길을 안내하진 못하더라도 보다 집중할 수 있게끔 어깨를 두드린다. 우리는 너무 밝아서 오히려 길을 잃는 건지도 모른다는 말이 문득 와 닿는 이 시간.>

오랜만에 대학시절에 운영하던 페이스북 계정을 구경(?) 해봤다. 애써 봄이 왔고, 위로의 얼굴은 도처에 널려 있지만 나를 105%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23살만큼의 사고도 하지 못해 야밤이면 어김없이 비틀거리는 마음을 달래고 있는 것이다. 온전히 스물여덟의 나를 보듬으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지나야 할 것이다. 우스운 소리지만 25살 이후로는 나이를 밀려 먹고 있는 기분이다. 나잇값이 꼭 어느 노랫말처럼 '갚아야 할 대출금' 같다. 아… 이것 좀 떼먹으면 안 되나요?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작한 글을 많았지만 결국 무엇이 된 글은 없었다. 문득 무엇도 되지 못한 글들은 결국 내 손끝으로 다시 스며들어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 이 못난 내 모습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오늘 이 글을 쓴 나는, 내일 어떤 내가 되어 있을까. 내일은 또 무슨 글을 써 모레의 나를 빚어낼까. 이렇게 또 멋대로 써버린 글에 책임감이 더해진다. 그동안 이 무거움을 핑계로 나는 말해왔구나. “내가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겠어.”


실은 “그래도 모를 일이지”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끈질기게 입속을 맴도는 그 말을 차마 삼키지 못해 애꿎은 사표를 냈다. 유일한 핑곗거리를 잃었으니 이제 내겐 여태 증명되지 않은(못한) 이 어설픈 재능을 변명할 여지가 없다. 어떻게든 무언가 (누구에게?) 보여줘야만 한다. 그럴싸하게 무너질 궁리는 안 하는 편이 나을 테지.


그래도 내면의 허영을 버리지 못해 기어이 짐을 꾸렸다. 삼일 밤만 지나면 꿈결처럼 베를린행 탑승수속을 밟고 있겠지. 구름 틈에서는 호프만이나 헤세, 괴테의 문장을 기억할 수 있을까? 이윽고 발이 닿을 낯선 땅 위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문장을 길러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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