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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Apr 14. 2017

[베를린 살이] 메모 옮기기

미테에서의 단상

요즘의 힐링 프로세스. 혼자서도 잘 놀고 있다.

미테에서 보내는 날들이 심상치 않다. 일희일비(一喜一悲) 하고 싶지 않은데, 일희이비(一喜二悲)하지 않는 일상임에 감사하며 오늘도 그저 예민하기만 한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집중해본다. 다행히 이곳 사람들은 상냥하다. 내 몸과 마음이 절박해질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니 마치 더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표정과 제스처로 나를 맞이해준다.

그렇다.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누구와도, 어떤 관계도 맺지 않고 지내다 보니- 오히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휘둘리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지금 나를 지배하는 건 오직 내 감정뿐이니까. 내부로부터의 환기, 외부로의 스트레스 발현과 시선이 분산이 필요하다. 사실은 그러기 위해 떠나왔는데 아직도 제자리걸음인가 싶다….

그러니 때로는 일희의 감정에 잠시 취해도 괜찮다. 어차피 이 또한 달아날 감정이라면, 일비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 안에는 후회, 슬픔, 억울함, 창피함도 포함돼 있는걸. 결코 나만 불공평한 게 아니니까 너무 속상해하지도 말자. 지나고 나면, 이미 모든 게 저 멀리 다 지나가 있을 거야.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몇몇 흐름들도 조금 더 의연하게 바라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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