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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May 08. 2017

[베를린 살이] MIT & OHNE

…와 함께 / …없이

오늘의 아침과 점심은 참으로 심플했다. 일전에 집 앞 에데카(EDEKA)에서 사둔 초코칩 쿠키가 딸린 커피를 마시며 Frankfurter Allee역까지 걸어갔다. 크로이츠베르크 3일차, 무스타파트 케밥집과 15초 거리를 사이에 두고 이 구역의 맛집 쌍벽을 이루는 Curry 36에 갔다. 베를린 내에서 분점이 여러 곳 있는 걸로 아는데, 아마도 무스타파스 케밥처럼 이 지점이 제일 유명하지 않나 싶다. 나는 소시지 2개가 담긴 커리부어스트를 주문했다. 소스를 뿌리기 전 케쳡? 마요?를 묻는 직원에게 BOTH! 라고 외쳤고, 이어서 돌아온 Anything else?에는 Bier(Beer)! 이렇게 먹으면 위장이 남다른 크기인 나라도 감자튀김은 조금 남기게 된다. 평범한 패스트푸드처럼 보이지만 (맞지만) 이왕 베를린에서 커리부어스트를 먹을 거라면 커리36을 가주세요. *관광지에는 아무래도 동물원역 점이 방문하기 수월할 텐데 장소가 좀 협소하다. 어차피 서서 먹는 거라지만, 크로이츠베르크 점은 간이 테이블이 넓고 많다. 

푸드홀 구경은 재밌어

마크트할레 노인보다 더 크고 쾌적한 느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생선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어볼까 한다. 하긴, 커리부어스트가 대표 간식 겸 음식인 걸 보면.. 영국이나 독일이나 도긴개긴이다. 각각 애프터눈 티랑 맥주가 구제해준 나라인 듯. 하긴, 그거면 됐지(?)

연어! 못 먹은 지 너무 오래됐다. 어쩐지 유럽의 해산물은 신뢰가 가지 않아…

오늘의 반짝이는 것들.

네 저는 김중배의 다이아가 좋아요.


식민지 경성의 모던 걸에 대한 비판은 그 사치성에 중점이 놓인다. 일본 화장품을 좋아하는 공립고등여학교 학생이나 양품을 좋아하는 이화나 배화의 여학생들을 향해 동아부인상회의 점원이 "이것을 진보향상이라 할는지 또는 무엇이라고 할는지요"라고 비판하거나, "배운 여자는 일개 사치품"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내뱉어질 정도이다. 신여성의 사치는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 모던 걸, 여우 목도리를 버려라 (싫은데요?)

길 가다가 주얼리 상점 앞 조형물을 봤을 뿐인데 또 혼자 진지해졌다. 김치녀가 웬말이에요, 김치공주도 마다 않을래요 저는.




*Frieden in East side gallery


크로이츠베르츠를 걷다 문득 어제 사진전에서 익힌 단어, 'Frieden(평화)'가 떠올랐다. 내가 아는 한 이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곳은 단연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였다. 숙소를 옮기기 전에 먼 길을 떠나왔던 이곳은 이제 '우리 동네'가 되었다. 나는 프리드리히샤인이 좋다.


다시 와도 처음 보는 것 같은 벽화를 발견하게 되는 기분. 기분 탓이겠지. 오늘은 흐리긴 했지만- 바람이 부드러웠고, 오후를 정의하는 단어도 그에 걸맞아서 좋았다. 귀에다 에픽하이가 부르는 평화의 날이라도 들려줘야 할 것 같았지.

베를린의 에픽하이였다고 해두자.




*미셸베르거 호텔(Michelberger Hotel) bar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를 어슬렁거리다 우리 동네 힙성지, 미셸베르거 호텔까지 걸어갔다. 프리드리히샤인에서의 마지막 날을 장식하려고 좀 아껴둔 곳인데 크게 후회할 뻔했다. 여기는 숙소를 옮겨도 또 와야 하는 곳이다.

자리에 착석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다 앉아 보고 싶은데요?

클럽 가는 길 아니고 화장실 가는 길

저녁은 좀 건강하게. 요즘 낮에는 맥주, 저녁엔 와인이 생활화되고 있는데 좋은 것 같다. 한국에서도 실천해야겠다.




What a wurst! (볼 때마다 귀엽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근처에는 이스트 사이드 몰 공사가 한창. 내년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는데, 그때 또 베를린에 올 수 있을까? 널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Youth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른다고 말하지 말아요. 이 여행이 아니라도 난 매일이 아까워 죽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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