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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May 15. 2017

[스치듯 드레스덴] 안녕 드레스덴? 넌 정말 최고야

드레스덴 미술대학교와 프라우엔 교회에서의 약속

사랑이 번져갔던 아침. 대학교 때 이후로 처음 합동 프로젝트에 도전해보았습니다. 여전히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주는 (나이가 들면서 이 말은 곧 '쓸모 있는 사람'으로 치환되는 것 같기도 하다) 예술대 동기 덕분에 설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줄곧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은' 날들을 보내왔는데, 이번만큼은 무엇이 되면 '좋을' 것 같다. 내 삶에도 그럭저럭 괜찮게 쳐주는 날들 말고 끝내주게 좋은 날들이 찾아올 때도 되지 않았나요?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는 그녀의 '예감이 좋다'는 말이 참 듣기 좋았다. 아침부터 5프로나마 알콜 힘을 빌려 오랜만에 기획이란 걸 해봤다. 해외에서의 '자발적인' 작업은 이런 기분이구나. 숙소에 도착했던 날부터 탐났던 테이블 조명이 오늘 내 영감을 십분 끌어올려 줬다.

간밤에 내린 비가 그치고, 더욱 선명해진 드레스덴의 아침. 두 번째 사진은 휴대폰 오류로 두 장의 사진이 씹힌(?) 건데 나름 느낌 있어 보여서 저장했다.

이 도자기 꽃을 사다 주면 엄마가 행복해할 것 같은데. 망설이다 그냥 돌아왔다. 아무래도 다음 주에 다시 와야겠다. 이곳에서의 행사를 즐기기 위해 한 주의 시간을 더 쓸 수 있는 여행자라 정말 행복하다.

9번 트램을 타고 드레스덴 관광지의 중심역, Theaterplatz에 내리면 가장 먼저 가톨릭 궁정 교회(Katholische Hofkirche)가 반겨준다. 이 작은 광장에서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나면 비로소 그날의 일정은 시작된다. 오늘은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




드레스덴 미술대학교(Dresden Academy of Fine Arts) 가는 길. 엘베강은 오늘도 아름답다. 이 천국 같은 하늘 한가운데를 떠다니는 작은 회색빛 먹구름이 너무 귀여워서 자꾸만 웃음이 났다.

조금씩 보이는 드레스덴 미술대학교(Dresden Academy of Fine Arts). 미술과는 무관하지만, 구 예대생은 설레기만 합니다.

흡사 모교의 명물 예대 굴다리와 앞마당을 닮아 있지만, 동기는 비교가 안 된다고 했다. 아무렴, 이곳은 마차가 지나가고 민들레 홀씨가 수천 송이나 남아 있는 드레스덴인 걸.

(종업원과의 소통 오류로) 생각지도 않게 육회 비주얼의 타르타르라는 음식을 먹어보았습니다. 아아 육회가 더 먹고 싶어졌어요. 물론 매일 비슷한 브런치에 신물이 날 즈음 만난 신선했던 음식이라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마침내 드레스덴 미대에 도착! 오늘도 휴대폰 카메라의 사진을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억울할 따름이고...

익숙한 거장의 이름들이 보입니다. 거장을 넘어선 거장들이죠. 대학교가 아니라, 꼭 신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들이 그리고 조각한 숱한 신보다 더 위대한 작품을 남긴 이름들.

250년 역사의 자긍심을 차치하고라도, 남다른 애교심이 피어날 것 같은 위치다. 이런 뷰를 가진 예대생들도 영감을 찾아 굳이 먼 길을 떠나곤 할까?

엘베강을 이따위로 찍어놓고 포스팅하는 스스로에 자괴감이 듭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카메라로 찍은 사진부터 정리해 새 포스팅을 올리겠다고 다짐을..!

사진 사이즈를 줄여 놓으니 그나마 봐줄 만하네요(어디가?) 다음 일정은 드레스덴 사람들의 자부심, 프라우엔 교회입니다.




노이마르크트(Neumarkt) 광장에 위치한 프라우엔 교회(Dresdner Frauenkirche). 프라우엔 교회에 얽힌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는데, 전쟁이 끝난 후 드레스덴 시민들은 언젠가 재건축할 것을 생각하며 무너진 프라우엔 교회의 돌들을 모아 번호를 매겨 보관했다고! 과연, 어떤 소설도 영화도 역사의 뭉클함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피렌체, 예술의 도시와 같은 수식어는 과거 이 같은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물주가 창조할 수 없고 오직 우리 스스로만이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고운 마음들 덕분이다. 종교의 의미를 떠나서 실로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믿음, 사랑, 소망 같은 거. 

아름다워
프라우엔 교회의 옥상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G'가 새겨진 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문에 들어가기 전 바라본 맞은편 레스토랑이 예뻐서 그냥 찍어봤다.

교회 옥상에 올라왔습니다. 세상의 어떤 전경을 바라봐도 그러하겠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조금 울컥했어요.

안녕 드레스덴! 아직 일주일이나 더 남았지만, 매일매일 아쉬운 인사를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엘베강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도.

포스팅을 하는 내내 마음이 너무 억울하여 구식이나마, 카메라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컷 투척.




1만 톤이 넘는 사암으로 만들어진 돔은 내부에서 지지해 주는 기둥이 없다는 사실에 더욱 큰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60년 7년 전쟁에서 프로이센 군대가 쏘아 올린 100여 개의 포탄에도 무너지지 않고 건재했다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리석은 인간들로 인해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마는데...

전 불교신자지만 이곳에서 조용히 기도를 올렸어요. 베를린 돔에서처럼, 한번 더 Beyond religion.

(드디어, 마침내, 이제야) 독일에 와서 처음 먹은 학센!! 프라우엔 교회 바로 옆에 위치한 학센 맛집 아우구스티너. 오늘의 피날레였는데, 육회에 이어서 불족발이 먹고 싶어질 뿐이었어요. 맛은 있지만 많이 느끼했고, 맥주 덕분에 반 이상은 먹었네요. 중요한 건 타르타르와 학센 맛이 어떠했든 드레스덴은 정말 최고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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