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져도 괜찮다

행복한 삶의 조건

by 에밀리아

어릴 적, 넉넉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우리 집을 보며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그 시절 내가 생각한 ‘세상을 바꾸는 자리’의

최고는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대통령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나보다 더 똑똑한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그 꿈이 다시 욕심처럼 스멀스멀 올라왔다.


돈도 많이 벌고,

세상에 존재감이 큰 사람이 되길 원했다.


그런데 그 욕심은

예상치 못한 어느 날

뜻밖의 장소에서 조용히 멈춰버렸다.


옛 고궁을 좋아하는 나는

그날도 봄 햇살 아래 고궁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한 공간에 들어섰을 때,

한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들어왔다.


성인 남자인 그는

궁 근처 아래에 놓인 연석 위를 평균대 걷듯

양팔을 벌리고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과 표정에는 조심스러움보단

아이 같은 즐거움이 더 묻어나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

그동안 버리지 못했던

‘큰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욕심이

갑자기 한순간에 눈 녹듯 녹아버렸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존재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내 아이들이 저 사람처럼

삶 안에서 평화로움과 작은 즐거움들을

찾을 수 있다면

느끼며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큰 존재로 살아가는 것만이

더 의미 있고 더 행복한 삶이 아니었다.


세상에선 작을지라도

자신의 삶 안에서 꽉 찬 존재로 살아가는 것,

그게 진짜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이라는 걸

이젠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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