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리라.
간밤 내내 뒤척였다.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늘로 떠난 친구.
지난날의 상처.
현재와 미래의 혼돈.
침대에 덕지덕지 붙은 기분으로 눈꺼풀을 뗐다.
애써 몸을 일으켜 보지만,
밤새 몰아친 비바람은 쉽게 개이지 않았다.
소파에 몸을 동그랗게 말아 넣고 눈을 감았다.
빙글거리는 머릿속을 가라앉히려 숨을 쉬었다.
눈물이 흐를 만큼 슬프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안 흐를 만큼 괜찮지도 않았다.
목구멍에 찰랑이는 슬픔을 안간히 누르고,
나를 지워버리려 다시 한번 잠을 청했다.
꿈결에 덜컥 불현듯,
글이 숨구멍이 될 수도 있으려나.
쓰다 보면 이해하려나. 환해지려나. 깨달으려나.
혼미하고 하찮은 나의 고뇌도,
떼어내려 애써도 들러붙는 나의 잡념도,
쏟아낼 가치가 있을까.
귀하게 승화할 수 있을까.
글은 희망일까, 허망일까.
나를 끌어올릴까, 끄집어 내릴까.
이유도 의미도 아득하지만,
나는 또 휘갈기고 휘갈겼다.
오늘 하루가 번민으로 스러지듯 사라져도,
내일 하루는 무슨 소리냐며 또다시 안온하게 막을 열겠지.
나는 또 살아지겠지.
나는 또 사라지겠지.
언제나 그래왔듯이
나는 오늘도
힘껏 당차게 살아가리라.
[2026. 02. 23]